한‧미 석학이 본 C형간염 치료 ①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

2015년 다나의원 등에서 집단 발병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만성C형간염은 한국 사회에서 그리 큰 비중의 질병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치료율을 대폭 개선한 신약들이 출시됐지만, 고가라는 점과 한국 내 발병률이 낮다는 점 등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단 감염사태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의 문제점과 함께 C형간염의 예방 및 치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관련 신약들을 보험등재하고,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C형간염을 생애전환 건강검진에 포함시킨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정책적 변화와 더불어 임상에서도 인터페론 중심에서 DAA(direct acting antivirals)로 C형간염의 치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했다.

이에 C형간염 치료의 변화에 대해 미국, 한국의 관련 석학과 각각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에게 C형간염 집단발병 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대한간학회 교육이사)

- 집단 감염사태란 부정적 이슈 때문이긴 하지만,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인식이 개선됐다는 말이 나오는데, 임상에서 체감하는지?

의료진 입장에서 보았을 때, 질환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상승했으나, 감염경로에 대한 후속 조사 및 그에 대한 대국민 홍보, 의료진 교육 측면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 아쉽다.

최근 일어난 집단감염 사태는 일부 의료진이 적절하지 못한 조치를 해서 발생한 일임에도 대중에게 불필요한 원내감염에 대한 공포와 의료진 또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이 증가되고 있다. 단순 질환 인지도 상승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올바른 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례로, C형간염은 굉장히 다양한 경로로 감염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매우 부족하다. 흔히 알고 있는 전염경로는 수혈과 문신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타국보다 문신을 하는 비율이 실제로 낮은 편이며, 수혈에 의한 감염 또한 잘 일어나지 않는다.

직접적인 접촉 외 간접적인 접촉 경로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전염경로에 대해 공신력 있는 자료가 없다. 단발적인 분석이나 의료진 간의 전문학술지 발표 등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는 없다. 국가적으로 C형간염에 대해서 더 공신력 있고 구체적인 전염경로를 파악해야한다.

- 한시적이긴 하지만 C형간염이 생애전환기 국가건강검진자 대상 시범사업이 실시돼 진단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이에 대해 생애전환기뿐만 아니라 일반 국가검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병률을 고려할 때 굳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검진에 꼭 포함시킬 필요가 있냐며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도 있다.

기본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C형간염은 전염병이며,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검진을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검진과 치료에 드는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편익분석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 정부에서는 C형간염의 유병률이 급증한 특정 연도를 발견했고, 해당 연도 출생자의 경우 검사 비용 및 후속 조치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 판단해 진행했다. 이러한 사회 경제적 비용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C형간염은 전염병이고 완치가 되는 병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검사를 시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회 경제적인 평가를 거친 후, 대상과 특정 출생 년도 또는 거주지와 같은 고 위험군을 선정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사회 편익에 맞다.

- B형간염은 줄어드는 반면 C형간염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견해는. C형간염의 경우 최근에 인지도 상승, 정책 변화 등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들 때문에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유병률 자체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C형간염은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유병률이 1위인 간염이다. 선진국들은 전염병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통제도 잘했지만, C형간염은 늘 유병률이 2%를 넘는다. 이는 C형간염의 감염경로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문신, 피어싱, 의료기관의 시술 등 의인성 감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의인성 감염은 전 사회적인 발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것들이다. 오염된 물, 식수, 성관계 등 다른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 타 전염병들은 나라가 발전하고 위생상태가 나아질수록 감소하지만, 의인성 감염이 많은 C형간염은 그렇지 않다.

-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일찍부터 예방 및 치료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형간염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단순히 문신만 보더라도 10년 전 문신에 대한 인식과 현재 문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다르지 않나.

흔히 생각하는 타투 외에도 눈썹문신 또는 피어싱, 귀뚫기 등이 같은 범주에 해당된다. 국내 여성의 경우 귀를 뚫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그런 Risk factor(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70%가 넘을지도 모른다.

- 감염경로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의 연구는 없나.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감염경로를 찾기는 어렵다. 현재의 C형간염은 직접적으로 피가 묻어서 감염되는 원시적인 감염 보다, 간접적이고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다나의원, 한양정형외과 등 국내 의료기관에서 잇따른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생긴 후 주된 반응은 개인에 대한 질타였다. 이런 식의 반응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왜 그런 사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면밀한 공유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고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하려는 의지를 가져야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적인 대안은 부족하다. 의료진 또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이러한 대안이 부족한 경우 재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으로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 그 사건에 안에는 사회적인 책임도 분명히 있으며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 치료율을 대폭 개선한 C형간염 신약이 잇달아 출시됐고, 앞으로도 수개의 약이 더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각 약제 간 병용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 일부 개원의들 사이에선 복잡하단 말도 나온다.

과거 C형간염 치료제로 사용됐던 인터페론과 비교하면 현재의 치료옵션은 훨씬 진보했다. 첫째 국내 가장 많은 유전자형 1형 환자 대상 치료 성적(SVR12)이 60%대였던 기존 인터페론 대비, 현재 DAA제제는 95% 이상이 되기 때문에 치료성적이 매우 높아졌다. 둘째 인터페론 치료는 탈모, 우울증 등과 같은 부작용이 굉장히 많았지만 새 DAA 제제는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 셋째 치료 기간도 예전엔 1년을 치료를 해야 했다면 지금은 3개월 혹은 6개월 정도면 치료가 되기 때문에, 비용적인 면을 제외하면 치료 성과, 치료 기간, 부작용 등 많은 방면에서 좋아졌다.

국내 1b형 환자에서 기존 페그인터페론 알파와 리바비린(IFN+RBV) 병용 치료는 SVR이 62.7%에 불과했다. 특히 간경변이 있을 경우 유전자 1형에서 SVR이 20.8%에 불과하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높았다. 반면, DAA제제 중 하나인 닥순(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의 경우, 아시아 환자 대상 6개 임상시험 분석 결과 SVR12 95.6%였으며, 한국 리얼라이프 데이터(대한간학회 조사) 결과에선 SVR12 94.3%로 나타났다.

- 이제 인터페론은 더 이상 안쓰는 것인가?

그렇다. 앞으로 인터페론은 안 쓸 것이다. 얼마 전까지 유전자형 3형의 경우 인터페론-리바비린요법을 계속 사용해야하지 않냐는 말이 있었지만, 꾸준히 신약이 개발되며 해결됐다. 유전자형 3형 환자의 경우 다클린자 소포스부비르 요법으로 치료했을 경우 SVR12이 90% 정도 유지된다. C형간염에서 인터페론이나 리바비린의 역할은 다 한 것 같다.

- 닥순요법에 더해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 만큼 약이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각 약마다 장단점이 있다. 효과적인 측면에서 거의 다 비슷하고, 면역억제제와 함께 쓰지 못하는 약, 신장애 환자가 못쓰는 약, 또는 유전자형에 따라 쓸 수 있는 약 등 조금씩 달라진다.

의료진으로서는 B형간염의 바라크루드나 비리어드와 같이 모든 C형간염 환자에게 구분없이 쓸 수 있는 약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약이 많아 3년 내에 모든 유전자형에 쓸 수 있고(Pan genotype) 치료기간도 8주 정도로 짧아지는 약이 곧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새로운 C형간염 치료제들은 내성 위험이 없나.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성적이 굉장히 좋아졌지만 100%는 아니기 때문에, 5% 미만에서 실패를 하고 그 중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경우 후속 치료 대안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현재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에 실패한 사람들을 향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도 현재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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