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의 블루하우스

지난 2월 16일 국회에서는 개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장소는 수많은 방청객들로 가득 찼다. 토론회 주제는 첨예한 문제였다.

법적인 측면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은 작년 9월 29일 구 정신보건법 제24조의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구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문제점을 네 가지 측면에서 판단했다. 1) 보호입원의 대상과 그 진단의 문제, 2)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진단 요건의 문제, 3) 입원기간과 계속 입원의 문제, 4) 보호입원 대상자의 의사 확인이나 절차보조인의 관여 배제 등.

헌재는 위 네 가지 측면 모두 문제가 있다고 판시했다. 예를 들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요건에 관하여 정신질환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보호입원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회피하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 전 정신건강복지법은 물론 전부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보호의무자는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로 제한되어 있다. 더욱이 보호의무의 순위는 후견인·부양의무자의 순위에 따르며 부양의무자가 2명 이상인 경우에는 민법 제976조에 따른다고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보호의무자 요건이 엄격한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수많은 국가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엄격한 보호의무자 요건은 대체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정신의학적 기준에 따라 비자의입원이 결정돼야 하는데 그것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의무자 요건을 강화하여 부당한 강제 입원을 방지하려고 한 것이다.

문제는 대체적인 의미를 갖는 요건도 일단 법률에 도입되면 다른 요건을 강화하면서도 없애거나 완화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현실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실효적으로 담보해주지 못하면서도 불필요하게 과도한 규제가 쌓인다. 그리고 그 틈에서 정신과 의사는 마치 인권침해의 주범처럼 매도되기도 한다.

요컨대 헌법불합치결정을 평면적으로 보면 위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강화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런 나라도 없다. 따라서 개별적 요건 하나하나를 모두 강화하기보다 이들 요건의 총합이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에 적합하고 동시에 그 나라의 현실에 부합하는지가 관건이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은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의학적 판단에 국한시키고, 보호의무자 요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대신 비자의입원에 대한 사법적 판단 혹은 행정위원회의 판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비자의입원 요건은 극에서 극으로 치달았다. 비자의입원의 모든 요건이 매우 강화됐다. 총체적으로 보면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요건이 강화됐다. 문제는 손쉽게 정신과 의사 혹은 정신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요건이 강화된 것이다. 사법적 판단 혹은 행정위원회의 판단을 위하여 사회적 재원을 충분히 투자한다는 내용이 없다.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토론회에서 환자 혹은 환자 가족이 정신과 의사나 보건복지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이들을 비난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문제의 핵심은 그동안 정신보건에 대한 사회적 재원 투자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신과 의사나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결정한 것이다.

토론회는 기획재정부가 만들어 놓은 판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고통을 호소하는 현장이었다. 환자나 환자 단체가 진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 기획재정부로 달려가야 한다. 그 앞에서 농성을 하고 시위를 해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재원 투자가 절실하다고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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