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강경한 의지에 따라 원격 의료가 국내에서도 조만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가 정말로 불가피하다면,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이나 일본 등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JAMA에는 미국의 8개 원격의료 회사들의 정확성과 진료 가이드라인의 준수 여부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UCSF의 연구자들은 발목 통증, 연쇄상구균 인두염, 바이러스성 인두염, 급성 부비동염, 허리 통증, 요도 감염 등의 질병에 대해서 1년에 걸쳐 600여 건의 원격진료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전체 진료의 70%의 경우 의사는 검사와 병력에 관한 질문 등의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했다. 76.5%의 경우에는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덕분에 인공지능이 이슈의 중심이 되었다. 체스, 퀴즈에 이어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도 인간을 능가하면서 앞으로 인류에 미칠 영향에 기대와 우려가 모아지고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인공지능이 향후 의사의 역할 변화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의사는 대체 가능하다. 다른 많은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인공지능의 구분 중, 소위 ‘약한 인공지능’ 만 구현 되어도 현재 의사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의사의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역할은 현재와는 달라질 것이며, 특히 진료나 데이터 판독에 필요한 의사의 총 수는 줄어들 것이다. 의학의 역사를 보면 기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보건복지부가 2016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필자에게 특히 관심이 갔던 것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여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인 바이오헬스 계획이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 한국 의료의 세계적 브랜드화, ICT 융합 기반 의료서비스 창출, 제약/의료기기 산업 미래 먹거리로 구성의 세가지 중점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사람 중의 한 명인 필자는, 업무 보고에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 자체를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예전의 유헬스 같이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복지부 보고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 원격의료’라는 의미로 오용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원격의료 관련 질문을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야구팬이라면 ‘머니볼’이라는 이라는 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를 다룬 야구 분야의 책이다. 필자는 최근에서야 뒤늦게 이 책을 완독했다. 다름 아닌 디지털 의학의 선구자, 에릭 토폴 박사의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에서 머니볼의 주역, 폴 디포디스타를 생물정보학 분야의 교수로 초빙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머니볼은 야구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야구 구단의 경영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가난한 야구단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부자 야구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를 분석했다. 이 책의 핵심은 기존 야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정밀의료는 환자들이 모두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동일한 치료법에 대해 유전형을 포함한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환자들이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발전은 환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비단 개별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의 선택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식단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쎌(Cell)지에 이스라엘 연구진의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됐다. 동일한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이후 혈당 변화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개별 환자의 특징은 혈액검사, 장내 미생물, 설문지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당신은 신의 존재를 믿습니까?” 필자는 1997년 개봉한 SF영화 ‘컨택트’를 아주 좋아한다. 인류가 외계 문명을 최초로 접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현실적이고도 진지한 시각으로 다룬 수작이다. 영화에서는 인류가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최초로 접한 후, 인류를 대표할만한 사람 한 명을 선발하려 한다. 평생 외계 문명을 탐색해왔던 과학자 애로웨이 박사(조디 포스터 분)는 선발 과정의 마지막에 이 철학적 질문을 받는다. “나는 과학자로서 근거에 의존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릴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한다.” 신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녀의 말은 과학의 근본적인 원칙을 보여준다. 바로 과학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어야만 판단을 내릴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미국 샌디에고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이틀 간 샌디에고의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에서 개최한 디지털 의료학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는 세계적인 심장 전문의이자, 저서 ‘청진기가 사라진다’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선각자로 인정 받는 에릭 토폴 박사가 소장으로 있는 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매년 디지털 의학에 관한 학회를 개최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근거 중심의 모바일 헬스케어’ 였다. 이 학회에 참석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그 변화의 규모와 속도는 생각 이상이었다. 많은 휴대용 의료기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은 이미 FDA 승인을 받아서 현장에 적용되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의료를 혁신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에 따라 현재 의료는 변혁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신약 개발 등 임상 의학 연구 역시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사노피는 올해 초 유럽에서 원격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무선 혈당 측정계를 검증하기 위한 이 임상시험은 환자의 모집부터, 데이터의 수집, 동의서 확인 등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원격 임상 시험은 전통적인 모델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될 뿐만 아니라, 맞춤 의료 시대에 더욱 중요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지난 3월 출시한 의학 연구용 플랫폼 리서치 키트는 또 다른 사례이다. 리서치 키트는 아이폰에 내장돼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생물철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도발적인 개념을 주창한 바 있다. 생물 개체가 어떤 유전적인 성질을 DNA에 가지고 있는 것을 유전형, 이것이 발현되어 겉으로 나타나는 것을 표현형이라고 부른다. 도킨스는 표현형이 피부색 같은 생물 개체의 신체적 특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행동이나 부산물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달이 나뭇가지를 엮어서 댐을 만들거나 거미가 집을 짓는 행동들 마저 표현형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표현형은 더 확장되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 등에 디지털화 되어 표현되는 행동양식 말이다. 우리는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르며, 트위터에 글을 쓴다. 카톡으로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필자는 얼마전 한 기관이 개최한 국내 산업 분야 규제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사물인터넷, 핀테크 등의 분야와 함께 디지털 헬스 분야도 규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필자는 규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해당 분야 실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의미 있는 목소리들을 이 지면을 통해 공유하려 한다. 먼저, 의료 정보의 클라우드 보관 허용 이슈이다.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의 유권해석을 통해서 병원 내부 컴퓨터에만 의료 정보의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구시대적인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에서는 클라우드의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및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 중이다. 또한 의료기기 및 웰니스 기기의 구분의 명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헬스케어 분야에서 최근 애플의 행보를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이번 달 초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익명을 요구한 애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애플이 사용자들의 유전 정보를 수집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고했다. 애플은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6월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키트를 출시한 것에 이어 헬스케어 기능이 핵심인 애플워치, 의료 연구용 플랫폼 리서치키트를 차례로 내어놓았다. 이제는 UCSF와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등과 협력해 유전 정보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사실 헬스케어 데이터와 유전적인 정보를 결합하는 것은 모두가 꿈꾸는 일이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인공지능의 습격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이미 활용되기 시작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앞으로 기계와의 경쟁은 불가피하며, 전문직인 의사들도 그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증기 기관의 발명에 따라 인류는 노동에서 근육의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 하지만, 그 결과로 많은 블루컬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인류는 ‘제2의 기계시대’로 접어들면서 두뇌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 결과 지식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의학이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2012년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폐암환자 진단을 시작했다. 그 이후 MD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지난 설 연휴 미국에서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FDA가 23andMe의 개인 판매 방식의 유전자 테스트를 승인한 것이다. FDA는 2013년 에 정확성 검증 미비를 이유로 이 회사의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조치로 개인 유전 정보 분석의 시장의 확대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FDA에 따르면 이 기업의 유전자 테스트는 클래스 II로 분류됐다. 이는 위험도가 다소 낮은 의료기기에 부과되는 등급으로, 별도의 심사 과정 필요 없이 사전 등록만 하면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올해 들어서 FDA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명확화, 합리화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FDA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었다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미래에는 의사의 80%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선구자 비노드 코슬라는 2012년 이러한 과격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근거 중의 하나가 IBM의 수퍼 컴퓨터 왓슨이다. IBM의 딥 블루가 1997년 체스 챔피언에게 승리를 거둔 뒤, 2011년에는 왓슨이 퀴즈 챔피언에게 승리를 차지했다.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의 챔피언들에게 몇 배나 되는 점수 차이로 우승한 것이다. 퀴즈라는 제한된 조건이지만,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후 왓슨이 진출한 분야가 바로 암 환자 진료이다. 왓슨은 2012년 3월부터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 센터에서 폐암의 진료를, 2013년 10월부터는 MD앤더슨에서 백혈병 진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착용하는 컴퓨터’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형태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에 가장 대표적인 활용 분야는 다름 아닌 헬스케어다. 하지만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커다란 기대에 비해 아직까지는 주류 시장에 진입할 정도의 성공까지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단순히 데이터를 잘 측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건강을 개선하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웨어러블 기기는 병원·의료 서비스와 연계됨으로써 의료적 효용을 제공할 수도 있다. 애플의 플랫폼 헬스키트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된 건강·의료 데이터를 EMR을 통해 병원으로까지 연계함으로써 이 조건을 충족시키려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필자는 가끔 ‘융합의 시대에 의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란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도 전공의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기에 이번 칼럼을 빌어 답장을 대신하려 한다. 사실 많은 의사들은 의료와 IT 융합으로 인한 변화가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일단 IT와 의료가 융합하는 시대에 있어,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과 임상 경험이 있다는 점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압도적인 경쟁우위이다. ‘청진기가 사라진다’ 의 저자이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유명 인사인 에릭 토폴 박사의 경우,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근무했던 세계적 심장전문의란 점에 사람들이 주목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라는
[청년의사 신문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는 최근 큰 변화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아이폰의 출시 이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됨에 따라 이와 연동되는 스마트 의료기기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러한 헬스케어 플랫폼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의 행보다. 애플은 헬스키트라는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의료 시스템과의 통합까지 노리고 있다. 새로운 운영체제 iOS8에 헬스키트가 기본적으로 탑재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애플의 이 플랫폼은 외부 개발사들의 각종 헬스케어 기기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뿐만이 아니라, 실제 의료서비스까지 연계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스탠퍼드와 듀크대학병원에서 헬스키트를 통한 만성질환환자 관리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탠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