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공공기관보다 높은 금액…각종 서류 등 일괄 교체 비용은 비공개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강원도 원주 신사옥으로 옮기면서 기관의 얼굴도 바꿨다.


'HIRA'라는 심볼마크를 염색체 모양의 'H'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데만 2억여원을 들였다. 건물 간판도, 직원 명함과 신분증도, 각종 서식도 모두 바뀔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 등 비슷한 공공기관들들의 CI교체 횟수나 비용을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데 대해서는 예산낭비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은 최근 ‘2025 New Vision’ 수립·선포와 더불어 국민들을 향한 기관의 이미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를 선보였다. 원주로 이전한 신사옥에는 새로운 심볼로 간판을 세웠고 건물 밖에는 기념 조각상도 세웠다.

2000년 CI 제정 이후 2007년에 만든 ‘공정하고 정확한 심평원, 국민과 친밀한 의료 심사, 평가 기관’이라는 브랜드 의미에서 이번에는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위상 정립‘이라는 이미지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번 CI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 교수가 디자인한 것으로 연구용역 사업비에 총 2억900만원이 투입됐다.

같은 해 보건산업진흥원은 CI 개정에 7,500만원의 연구비용을 책정했는데 이는 1999년 진흥원 개원 이후 처음 교체한 것이다.

그 외 공공기관이 CI 교체를 위한 연구용역 발주에 책정한 예산을 보면 한국석유공사 1억원, 한국지역난방공사 1억7,100만원, 한국가스안전공사 1억5,000만원 등의 수준이다.


▲ (왼쪽부터) 심평원 심볼의 변화(2000년, 2007년, 2016년) 양금덕 기자

15년 동안 세 번째 바뀐 HIRA 심볼의 의미에 대해 심평원은 “국민의 헬스 정보를 담고 있는 HIRA의 염색체,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를 메타포로 사용했다”며 “HIRA의 방대한 의료 서비스 정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받는 건강보험 심사 평가 기관의 이미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CI/브랜드 개발에 대한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를 보면, 기존의 Cl는 영문자를 특별한 변형 없이 사용해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차가움’, ‘감찰·감시’, ‘규제’ 등 일부 부정적인 인식을 준다고 심평원은 판단했다.

더욱이 본원이 원주로 이전하는 만큼 사옥이 건설될 때 새로운 CI를 반영하면 추가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교체하기로 했다.

이 작업은 2014년 9월부터 내·외부 설문조사와 컨설팅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2025 New Vision 실행력을 강화하고 기관 이미지를 혁신시킨다는 점을 앞세웠다.


▲ (위)2016년판 심평원 로고와 2007년판 로고(아래) 양금덕 기자

이로써 심평원은 2000년 ‘의료복지서비스를 공정하게 심사·평가하는 전문기관’이라는 컨셉에서, 2007년 ‘의료를 상징하는 Cross를 모티브로 공정·정확성을 추구하는 전문기관’으로, 2016년에는 ‘공정하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CI를 바꿨다.

바뀐 CI/브랜드는 본원을 중심으로 서울사무소 및 지원 사옥 간판을 비롯해 명함, 편지지-봉투, 팩스용지 및 기안지, 각종 메모지와 전산용지 등 각종 서류, 신분증, 홈페이지, 정기 및 약기, 각종 사인 등에 사용돼 모양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CI교체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심평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 심평원 2016년판 명함 양금덕 기자

심평원 관계자는 “기존의 CI에 대한 직원 및 외부 설문조사에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온 데다 지방이전, 뉴비전 선포 등과 맞물려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교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새로운 CI를 오는 27일로 예정된 개청식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심평원 원주 이전으로 수천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미지 변화를 꾀하는 것도 좋지만 CI를 교체하는데 또다시 수억원이 들어간다면 박수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공공기관이라면 한푼이라도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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