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법 저지 소홀한 의협에 반감
개원가 저조한 부분 파업 참여에 '실망'
의료계 기대와 달리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저지 총파업에 젊은 의사의 대대적인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12개 보건복지의료단체와 손잡고 간호법 저지에 치중하면서 면허취소법 대응을 중시한 젊은 의사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두 법안 저지를 위한 투쟁 로드맵을 공개하고 총파업까지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 젊은 의사 참여를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해 병원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그간 "비대위 로드맵과 방침을 존중한다. 이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행동'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16일 열리는 국무회의 결과를 보고 논의하겠다"면서 "17일 총파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총파업 참여 관련 안건 상정은 무산됐다. 지난 4월 임총에 이어 두 번째다.
대전협 임총에 대의원으로 참석한 전공의 A씨는 임총 다음날인 지난 14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면허취소법이나 간호법 대응 방안을 논의하긴 했지만 (임총 안건으로) 표결은 없었다"면서 "비대위에서 대전협 차원의 (총파업 참여) 결정이나 메시지를 원하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자'고 합의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A씨는 "대전협에서 (의협) 비대위가 원하는 형태로 (파업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오후 당정이 간호법 재의 요구(거부) 건의를 결정하면서 면허취소법은 제외했지만 "예상된 결과다. 달라지는 것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전공의 B씨는 "지난 4월 임총하고 비슷하다. 토의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표결까지는 안 갔다"면서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고 내부 의견도 다양해서 이를 다시 한번 되짚어 봤지만 결과적으로 (4월 임총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씨도 "면허취소법은 거부권 대상에서 빠진다는 전망은 이전부터 나왔다. 임총 논의도 이를 감안하고 진행됐다"면서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는 간호법이 아니라 면허취소법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했다. (의협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은 면허취소법보다 간호법에 집중한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 전략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두 법안 모두 저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투쟁이 간호법 위주로 돌아가면서 면허취소법 대응은 "전략도 없었고 그마저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C씨는 총파업 참여 의사를 묻자 "나갈 생각 없다"고 답했다. C씨는 "의협이 그렇게 원하던 간호법 저지도 성공했는데 파업할 이유도 없다"면서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간호법만 전력투구하다가 (의료계가) '자책골' 넣은 격"이라고 했다.
C씨는 "간호법으로 '밥그릇 싸움한다'는 인식 심어 줄 시간에 국민에게 면허취소법 문제를 한 번이라도 더 설명했어야 한다"면서 "이제 와서 우리가 호소한다고 누가 들어주겠느냐"고 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 외과 전공의 D씨는 "개인적으로 간호법 제정은 반대하지만 의협 집행부 주장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와닿지 않았다. 면허취소법이 훨씬 시급한 사안인데 (집행부가) 거의 외면하다시피 해서 (간호법 문제에) 더 공감이 안 갔다. 비슷한 의문을 가진 젊은 의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개원가 중심으로 진행된 두 차례 부분 파업이 저조한 참여로 끝나 실망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2020년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경북 지역 병원 전공의 E씨는 "젊은 의사들에게 또 거리로 나오라고 할 생각이었다면 (선배 의사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면서 "혹시나 싶었으나 역시나였다. 작은 변화라도 기대했는데 씁쓸하다"고 했다.
면허취소법 저지에 대해서는 "이미 늦었다"고 했다. E씨는 "말로는 파업을 외치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면서 "앞으로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지키라는 조언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했다.
전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F씨는 "(면허취소법 저지) 파업이면 참여할 생각도 있다"면서도 "당장 긍정적인 결과는 기대 못 한다. 명분이든 실리 싸움이든 골든타임은 지났다"고 했다.
2020년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F씨는 이번 부분 파업으로 "의료계 단체행동의 한계가 다시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나서도 개원가가 나오지 않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다들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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