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파업 참여 일부…'현실적으로 참여 어렵다' 반응
치협 집행부 '90% 휴진' 예상했지만 대다수 '정상 진료'
대전협 2차도 불참 "전공의와 평간호사 싸울 이유 없다"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2차 부분 파업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도 현장 참여는 저조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일정이 촉박했던 지난 1차 부분 파업보다 '준비 기간'이 충분한 만큼 단축진료나 휴진하는 의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은 "파업에 참여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전면 휴진하기로 한 치과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2차 부분 파업을 시작한 11일 청년의사는 서울 영등포구와 노원구, 마포구, 중구, 서대문구 일대 의과·치과 의원급 의료기관들을 찾았지만 단축 진료나 휴진하는 곳은 일부에 그쳤다.
부분 파업에 참여하는 개원의들은 진료를 일찍 마치고 오후 5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보건의료 잠시 멈춤'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가 투쟁 중인 간호조무사부터 원장까지 다 함께 집회에 가는 곳도 있었다.
마포구 소재 내과의원 원장 A씨는 "오후 진료는 평소보다 일찍 마무리하고 국회 앞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 직원(간호조무사) 중 2명이 연가를 신청해서 남은 사람들끼리 일하다가 (연가 낸 직원까지) 다 같이 모여서 (집회 장소로) 움직이기로 했다"고 했다.
영등포구 소재 내과의원도 원장과 직원 모두 파업에 참여한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B씨는 "오후에 단축 진료하고 원장과 간호조무사 모두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구 소재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C씨는 "원래 목요일은 오전 진료만 하는 날이라 내친 김에 참석하기로 했다. 직원들도 다 간다"고 했다. 그는 "원래 (오후에) 쉬는 날이니까 참여하는 것이지 다른 날하고 똑같이 진료 봤다면 아마 일정 때문에 파업 참여는 어려웠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1차 부분 파업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정상 진료하는 의원이 더 많았다. 의협 비대위가 부분 파업 일정을 안내했지만 진료 일정을 조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는 반응이다.
서대문구 소재 피부과의원 원장 D씨는 "공지는 받았는데 너무 바쁘고 예약도 밀려 있어서 참여 못하게 됐다"면서 "가까이 알고 지내는 원장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우리하고 형편이 비슷하더라. 예약 환자를 못 빼서 못 한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노원구 소재 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 E씨는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에 대해 의협과 뜻은 같지만 (부분 파업이)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돼서 미처 휴진 준비를 못 했다"고 했다.
연가 투쟁 중인 간호조무사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갈렸다. 부분 파업이나 집회 개최 여부 자체를 '몰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영등포구 소재 또다른 내과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F씨는 집회 참석 여부를 묻자 "그런 행사가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그 자리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기도 했다. F씨는 "다른 직원들도 다 모른다. 병원도 단축진료 없이 정상 진료한다"고 했다.
'최대 90%가 휴진'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던 치과 개원가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집회 참석 여부에 관련 없이 휴진하기에는 '진료 일정을 변경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치협 대의원회가 전국 휴진을 결의한 것은 지난 4월 29일 열린 정총에서다.
영등포구 소재 치과의원 원장 G씨는 "예약 환자 진료 일정을 변경하지 못해 휴진은 안 하지만 집회 참석은 한다. 집회 시간에 맞춰 국회 앞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곳은 극소수였다. 청년의사가 찾은 치과의원 대다수가 이날도 문을 열고 평소처럼 정상 진료를 한다고 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이 지난 8일 '대한민국 보건의료 잠시 멈춤 대국민 설명회'에서 "전국 치과 2만여 곳이 휴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율로 따지면 휴진하는 곳이 80~90% 될 것"이라고 한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중구 소재 치과의원 원장 H씨는 "일대가 회사촌이라 예약 진료 환자 비중이 높다. 휴진하려면 그 날 하루만이 아니라 최소 일주일 진료 스케줄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휴진 결정한 곳이 대단한 거다.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고 했다. 집회 참석 여부를 묻자 "아무래도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마포구 소재 치과의원 원장 I씨 역시 "목요일은 원래부터 야간 진료하는 날이라 집회도 참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포구 소재 또다른 치과의원 원장 J씨는 "(박 회장 말대로) 치과 90%가 문 닫는다고 기사가 나가니까 우리 치과도 쉬느냐고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전화 받다보니 휴진하면 진짜 큰일나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을 이끌었던 전공의들도 이번 파업 참여에 신중한 입장이다. 간호법을 둘러싼 "기성세대의 직역 갈등"에 무조건적으로 동참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국민 건강에 미칠 파장과 간호법의 실질적인 내용을 고려해 2차 (부분) 파업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갈등의 중재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최근 법안에 이견이 있으나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 직역 간 갈등이 있는지 생각하면 (병원 내) 하급자인 전공의와 평간호사가 이렇게까지 갈등할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다른 직역의 요구를 고려해 합리적인 중재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대전협은 전날(10일)에도 "전공의와 젊은 간호사 모두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법에 내몰린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간호계에 젊은 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오는 17일 예정된 총파업 참여 여부는 13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한다. 지난 4월 8일 진행한 임총에서는 관련 안건 상정이 무산됐다.
관련기사
- 13개 단체 2차 부분파업 돌입…휴진하는 의사들 얼마나 될까
- '파업·단식' 간호법 논란에 政 “의료 공백 없도록 대응”
- 이필수 회장 "간호법 저지, 의사만 참여 저조…부끄럽다"
- "2차 파업에 더 많이 나온다"…투쟁 수위 올리는 13개 단체들
- 부분파업 선언에도 '조용한' 현장…휴진보다 정상진료 더 많아
- 간호대 학장들 "12만 간호대생 미래 달려있다" 간호법 공포 촉구
- '보건의료 잠시 멈춘' 13개 단체들 "민주당, 내년 총선 표로 심판"
- 간협 단식농성장 찾은 여야 원내대표, '간호법 해법' 시각차
- 민주 시도당사 앞에 모여 “총선 심판” 외친 보건의료인들
- 거리로 나온 간호사·간호대생들 "윤 대통령, 간호법 공포하라"
- “의사들 전면 나서야” 요구에 시도의사회장들 “총파업 적극 동참”
- 당정 간호법 재의요구에 간협 "62만 간호인 총궐기로 투쟁"
- '총파업' 코앞인데 나갈 생각없는 젊은 의사들 "간호법 올인 자책골"
- “간호법과 패키지 졸속 상정된 면허취소법도 거부해야”
- 간호법만 거부 ‘절반의 성공’?…면허취소법 저지 투쟁 동력 있나
- 면허법 놓친 비대위?…"다시 돌아가도 내 선택 똑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