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중재안 안나오면 17일 총파업 최대한 협조”
“낭만닥터 김사부, 이국종 교수만 떠올리며 희생 요구”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왼쪽)과 이한결 부회장은 2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의료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왼쪽)과 이한결 부회장은 2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의료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전공의들이 또다시 ‘단체행동’을 꺼냈다.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두 번째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모든 법안과 정책이 추진될 경우 파업 등 전국 전공의 단체행동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한국 의료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하며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이 지난 2020년에 이어 다시 한번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13개 보건의료단체 총파업이 예고된 오는 17일 이전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재가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그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지노선인 16일까지 중재안이 나오지 않으면 17일 총파업에는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오는 3일과 11일 진행되는 부분 파업에 대해서는 전공의 개인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최대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전공의들이 한두 시간 근무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파급효과가 크지도 않다는 게 실질적인 이유다.

강 회장은 “총파업에 예고된 17일까지 국무회의가 두 차례 남았기 때문에 국무회의 결과를 보면서 논의하겠다”며 “내부적으로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한다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도 포함할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대전협도 의협 산하단체이기 때문에 의협 입장을 존중한다. 3일과 11일 부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고 회원들에게 충분히 안내할 생각”이라며 “전공의 파업은 개원의와 다른 부분이 있다. 전공의는 최대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고 24시간 내내 근무한다. 그렇기에 한 시간 정도 휴진하는 것을 휴진이라고 보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여한다면 하루 24시간 동안 근무를 안하는 식으로 참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그러나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의사들이 무시되고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지난 2020년처럼 전공의들이 일시에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파급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전협이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한결 부회장은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변호사·세무사와 형평성? 업무개시명령 대상은 아니지 않나”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원안대로 공포됐을 때 불러올 파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대전협은 간호법이 원안대로 공포되면 “앞으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 예정인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와 간호법 주요 내용을 종합하면 앞으로 병원과 의원, 지역사회 각종 센터 내에서 의사 없이 각종 시술 등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충분히 소통해 달라”고 했다.

대전협은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 취소 요건 강화를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면허취소법은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을 제재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파업을 막기 위한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이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앞으로 교통사고를 포함 모든 범죄에 대해 의사는 면허 취소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면허취소법이 업무개시명령과 엮여 파업 가능성을 비롯한 노동3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면허취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를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특히 변호사나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과 형평성을 고려해 면허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직역은 업무개시명령은 없다”고 반박했다. 공무원을 제외하고 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종은 의사와 약사, 화물운수종사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업무개시명령에도 파업을 지속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고 이는 곧 면허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낭만닥터 김사부, 이국종 교수만 떠올리며 희생 요구 지나치다”

의사들의 파업을 비난하는 노동조합을 향해서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간호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돈보다 생명을’ 구호를 외치며 거의 매년 파업을 도모하고 있다”며 “의사는 2000년, 2014년, 2020년 세 차례만 대규모 파업을 진행한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더 많이 파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우리는 노조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이기적인’ 파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상식적으로 주 52시간 일하는 간호사와 주 88시간 일하는 전공의 중 누가 더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고 있는가. 영국 NHS 소속 전공의들도 현재 파업을 하고 있지만 시민적 권리에 대해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에 이렇게까지 노출돼 있지 않다”고 했다.

대전협은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며 의료 대란이 발생하기 전 협의해 달라고 했다. 대전협은 “앞으로 젊은 의대생들이 이렇게 규제만 많아지는 필수의료 영역에 소송 위험을 감내하고 지원하겠는가. 이미 소아청소년과 대란은 현실이 됐고 앞으로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응급의료, 분만 등은 줄줄이 붕괴 위험에 놓였다”며 “전공의들도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일방적으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전협은 “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의사도 생활인이고 한 명의 직업인이다. 시민들도 급여를 떠나 의사가 교통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주100시간 근무를 각오하며 사명감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바보가 그런 선택을 하느냐”며 “낭만닥터 김사부나 이국종 교수만을 떠올려 한없이 의료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젊은 의사의 관점에서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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