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숙 노원구의사회장, 간호법·면허취소법 반대 1인 시위
"시민들 제대로 알면 법의 부당함 깨달아…매일 나설 수밖에"

매일 점심시간마다 서울 노원구 중심 번화가인 롯데백화점 앞에 피켓을 들고 서는 의사가 있다.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이다. 조 회장은 오전 진료를 마친 후 오후 1시 20분부터 50분까지 30분 동안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문제를 알리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진료 시간에 맞춰 돌아가려면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

노원구의사회는 지난 4월 1일부터 태릉입구역, 석계역, 상계역, 마들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 앞에서 평일 점심 시간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 시위에 회원 20여명이 동참했지만 5월부터는 조 회장만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대응 기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를 진료해야 할 회원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조 회장 혼자 하겠다고 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피켓을 들고 있는 조 회장을 그냥 지나치기도 했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15일 오후 1시 20분에도 조 회장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피켓을 들고 섰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조 회장은 “예전엔 회원들이 돌아가며 여러 역에서 했는데 1일부터는 나 혼자 하기로 결정하면서 병원과 가까운 롯데백화점 앞에서 하고 있다”며 “매일 점심을 포기하고 시위를 서는데 덕분에 다이어트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시민 한 명에게라도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선 진료실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시위를 하고 있으면 많은 분들이 간호법에 대해서 물어본다. 대답해주면 오히려 시민들이 돌봄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 법을 추진한다고 한다”며 “모르는 사람들도 알려주면 두 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매일 나설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알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은 평일 점심 시간마다 진료실 밖으로 나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청년의사). 
서울시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은 평일 점심 시간마다 진료실 밖으로 나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청년의사).

"표 얻기 위해 보건의료정책 좌지우지해선 안 돼"

노원구의사회는 지난 2021년 9월에도 한 달 동안 수술실 CCTV 설치법 폐기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조 회장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표심’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은 CCTV 설치법처럼 표가 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하는 것 같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도 마찬가지”라며 “50만 간호사의 표가 크다지만 전문가의 행위를 좌지우지하고 의료 시스템에 붕괴를 가져올 것이 뻔한 법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의사의 파업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노원구의사회의 경우 회원 280명 중 18% 정도인 50명이 부분 파업에 동참해 휴진했다.

조 회장은 이번 파업은 지난 2020년 의사 파업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했다.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닌 민주당에 항의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의사파업은 대정부 투쟁이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의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 발생해 더 큰 반향이 있었다. 이번 투쟁도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을 상대로 한 투쟁인 만큼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원구의사회원 280명 중 50명이 휴진에 참여한 것도 훌륭한 성과”라며 “게다가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목적의 파업이 아니기에 단축 진료를 하고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을 보내는 새로운 유형의 파업 방식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간호법이 폐기되는 그날까지 1인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성금과 1인 시위 등에 참석한 회원들을 향해 감사하다고도 했다.

조 회장은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1인 시위에 나설 것이다.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이 건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만 잘 되겠다고 투쟁에 나서는 게 아니다. 환자들이 만족하는 기존 의료체계를 잘 유지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노원구의사회는 간호법 관련 투쟁이 시작된 이후 175명이 투쟁 기금을 내서 거의 2,000만원 상당의 기금을 모았다. 그리고 간호조무사 등 직원 300여명에게 자유로운 연가 투쟁을 지원하기도 했다”며 “제대로만 알리면 면허취소법도 당연히 폐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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