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양의 유전체정보와 맞춤의학

[청년의사 신문 박웅양] 폐암 환자인 A씨는 암 절제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1년 반 만에 반대쪽 폐에 암이 재발하여 조직생검을 하였다. 검사결과 폐암이 재발된 것을 확인하였고, 병리조직 절편에서 DNA를 얻어 대용량 염기서열분석기술(NSG, next generation sequencing) 방법으로 맞춤치료제 표적유전자 100개에 대한 돌연변이를 동시에 분석하였다. A씨는 유방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형태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어 맞춤항암제를 사용해 성공적인 치료할 수 있었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2000년에 처음 발표된 사람의 유전체 또는 지놈(genome)에 있는 30억개 염기서열을 분석하기 위해서 13년 동안 3조원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2007년에는 한 사람의 전체 염기서열을 단 4개월만에 분석했다. 비용도 2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는 개인의 전체 DNA 염기서열을 단 하루만에 분석할 수 있고 비용도 불과 200만원에 불과하다.

유전체분석기술의 혁신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어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훨씬 다양한 수준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먼저 다양한 생물 종에 대한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수집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분석된 것만 4만 8천종에 이른다. 사람들 간에 서로 다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다형성(polymorphism)도 알게 됐다. 국내에서 수행된 수년간의 유전체 관련 국책과제를 통해 생산된 데이터를 수집하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종 수천 명의 유전체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해서도 전세계 과학자들이 국제 컨소시엄에서 수십만 케이스의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데이터 생산이 아닌 임상에서의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유전체정보를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진단기술로서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연구를 위한 염기서열분석이 아니라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정도 관리와 품질 관리가 되는 진단키트가 필요하다. 또한 환자의 맞춤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체 분석은 다양한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지만, 그중 실제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임상적으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단 이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의 유전체 분석결과를 임상적 소견과 영상 및 병리조직검사와 함께 모든 정보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집단진료체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요소들을 갖추어야 비로소 유전체정보를 임상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 암유전체진단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파운데이션 메디신은 유전체분석기술을 진단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임상적용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또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 센터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400개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분석하는 상용 유전체진단서비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심지어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맞춤항암제 개발을 위해 환자의 유전체 돌연변이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환자의 유전체정보를 활용한 맞춤치료가 보편화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폐암 환자 A씨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암환자에서 표적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A씨와 같이 암유전체분석으로 해결책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특정 맞춤항암제를 사용하여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유전체 진단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새로운 진단기술에 대한 표준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미래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새로운 의료 기술의 개발은 기초연구를 거쳐 궁극적으로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미래의료의 핵심은 환자 개인의 유전체정보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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