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주최 'ICT in the ICU'서 중환자 관리시스템 개선 필요성 제기

eICU, 대안 될 수 있을까…일본, 아시아 최초 eICU 도입

#1. 호주 시드니에 사는 미국인 브래드의 직업은 의사다. 그는 전날 과음을 한 탓인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출근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오전진료 시간에 늦지 않을까 근무지로 가는 내내 조바심이 일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한 덕분인지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안도한 브래드는 평소와 같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그의 책상 앞엔 5~6개의 모니터가 놓여 있다. 이 모니터들은 환자가 누워있는 모습과 환자의 심장박동, 혈압수치, 산소포화도 등의 상태 등을 각각 비추고 있다. 그리고 그의 옆엔 같은 구조의 책상 수십여 개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각기 자신의 담당 환자들을 관찰하고 있다. 이들의 시선이 닿아 있는 모니터는 시드니로부터 1만5,000km 가량 떨어진 애틀랜타의 병원 중환자실을 비추고 있다.

#2. 모니터를 통해 담당 환자들을 살펴보던 간호사 안젤리나는 콜로라도에 위치한 한 병원에 있는 환자의 호흡이 평소와 같지 않음을 감지했다. 그녀는 바로 해당 병원의 간호사인 줄리아를 호출해 상태 점검을 요청한다. 줄리아는 곧바로 환자를 살펴보고 산소호흡기 연결이 미흡했음을 확인하고 교정한다. 안젤리나는 가슴을 쓸어내린 뒤, 네바다에 위치한 병원의 환자들의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중환자는 어디서 누구에게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중환자실 수준에 대한 한 보건의료 전문가의 표현이다. 24시간 눈을 뗄 수 없는 중환자들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국내 의료시스템은 매우 미흡하다는 적나라한 지적인 것이다. 너무 극단적 표현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적잖은 중환자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동의하는 바이기도 하다.

당장 중환자전담의와 간호인력은 물론, 필요한 장비를 완비한 곳조차 드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적정성 평가 결과, 조사대상 의료기관 266곳 중 겨우 4.2%에 불과한 11곳만 1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심지어 상급종합병원 43곳 중에서도 9곳만 1등급이었을 정도였고, 80%의 중환자실에는 전담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나은 중환자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들 역시 중환자실 개선에 대한 고민은 대동소이하다.

중환자실에 중환자전담의와 충분한 수의 간호사들이 상주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중환자실은 24시간 의료인력이 상주해야 하고, 위급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의료기관 입장에선 특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 중환자실 근무는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3D 업종으로 통한다. 국내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모든 중환자들을 감당할 수 있는 중환자전담의(intensivist)는 물론, 중환자실 전담 간호사도 상주하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바로 eICU(e-intensive care unit)다. 위 두 사례는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eICU 운영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eICU는 일종의 원격 중환자 관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모니터링 등을 전담하는 다수의 의료 인력을 한곳에 배치해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체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제 중환자실 현장의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는 형태다.

이 시스템이 가능한 배경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있다. 위치에 상관없이 eICU센터와 중환자실을 원격으로 연결해 중환자 개개인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eICU센터에서는 단순히 화면을 통한 시각적인 방법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지는 않는다.

eICU센터와 병원 중환자실 간 상호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흡입산소 농도, 호흡량, 약물 투입 상황 등에 대한 환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에 대해 실제 병실의 중환자전담의나 간호사 등에 조언할 수도 있다. 또 시스템에 연결된 각 병원 중환자실 관리 현황을 비교함으로써 전체 관리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즉, 부족한 의료 인력 보완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중환자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실제로 eICU 도입으로 중환자의 사망률, 퇴원율, 의료비 절감 등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eICU는 비단 중환자실 뿐만 아니라 응급실, 감염 관리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으며, 일본에서도 내년 아시아 최초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eICU, 한국 중환자실 풍경 바꾸나

우리나라 중환자 관리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부족한 전문인력과 미흡한 보상 등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본지가 지난 16일 연세대 백양로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ICT in the ICU: Transformation of Critical Care & Beyond’ 컨퍼런스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의 벽을 깨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며, eICU가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종합병원 266곳 중 11곳만 1등급을 받았다는 심평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결과는 우리에게 충격을 줬다”며 “중환자실 자체가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 메르스사태 악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중환자실 관리는 비단 우리뿐만이 아닌 선진국에서도 큰 일로 대두됐는데, 이들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공동 후원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안명옥 원장은 “미국 병원들이 eICU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실제로 봤었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IT 강국인데 왜 ICU에 접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쉬웠다. 또 작년 메르스사태 때 eICU가 도입됐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우리 사회는 취약지가 많고, (빈부) 양극화로 인해 돈 낼 수 없는 분도 많다. (eICU가) 이러한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 기대된다”며 “(eICU는) 24시간 동안 중환자전담의들이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 중환자 보호자들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낮출 것으로도 기대된다. 일본도 국가가 주도해 eICU를 도입한다는데, (IT 강국인) 우리는 일본보다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일선에서 중환자들을 치료 관리하고 있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도 기대와 함께 한국형 eICU 시스템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회장은 “미래 중환자실에 대한 ‘미리보기’인 것 같다. 정보통신기술이 환자와 의사의 간극을 좁히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인공지능, 로봇 등이 의료에 속속 도입되는 현상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보다 따뜻한 의료가 완성될 수 있도록 기술적 장점을 취사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는 현재 eICU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실제 사례와 내년 초 도입을 준비 중인 일본의 사례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이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증을 푸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 세브란스병원 김영삼 교수(중환자실장)가 ‘국내 중환자 조기 발견 및 원격 감시를 위한 정보기술 활용 사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소영 평가1부장과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정책과장이 중환자 평가 결과 및 감염병 관리 정책에 대해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eICU와 중환실의 결합, 의사는 불편하다?
그럼, eICU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이 가미된 중환자실을 실제 임상에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특히 eICU센터의 의사나 간호사가 병원 중환자실의 의료인력과 환자의 진단과 처치에 대한 의견을 교환토록 하는 것에 대한 임상현장에서의 거부감은 없었을까.

해외 전문가들은 eICU가 일단 의료진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점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eICU센터와 임상 현장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ICU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웨스트체스터 메디칼센터 코리 스컬록(Corey Scurlock) 박사(MD)는 “야간근무 등 힘든 업무는 동료간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원인 중 하나다. eICU는 의사의 업무 피로도를 분명하게 줄이고, 이는 환자 치료와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역시 eICU 프로그램을 산하 의료기관에서 도입운영하고 있는 미국 배너헬스의 정 제이콥스(Chong Jacobs) RN매니저는 “의사, 간호사 모두의 저항이 심했다. 심지어 환자를 비추는 카메라를 수건이나 손으로 가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의사는 ‘어떻게 기계가 환자를 보느냐, 내가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냐’고 반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응급콜 등으로) 하루에 3~4곳의 병원 중환자실을 돌아야 했던 의사는 eICU 도입 후 최소한 3~6시간을 절약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더 이상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의사나 간호사가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배너헬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eICU센터 중 하나를 운영 중이다. 28곳의 산하 병원 중 24곳 500병상이 eICU로 연결돼 있다. eICU센터에는 40명이 넘는 중환자전담의와 85명의 숙련된 간호사들이 일하고 있다.

제이콥스 매니저는 “배너헬스는 올 4월을 기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28곳의 중환자실 중 밤에 중환자전문의가 근무해야 하는 곳을 3곳으로 줄였다. eICU에서 중환자전담의 1명이 450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간호사 1명이 40~50명의 환자를 전담한다”며 “도입 초기 코드블루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도 많았지만, eICU 프로그램을 통한 환자들의 위험 발생도 일정부분 예측이 가능해져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다만 이렇게 중환자실 문화를 바꾸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스컬록 박사도 “(eICU센터와 병원 중환자실 의사와 간호사가) 의견을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래서 시간을 가지고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eICU 프로그램은 eICU센터나 병원 중환자실 한 곳 전문가의 의견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최선,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사용하고, 이에 대해 각각의 의료진들에게 동의를 받고, 계약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ICU로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중앙모니터링센터와 병원 중환자실의 원활한 상호의견을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로 eICU센터에 숙련되고 경험이 많은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제이콥스 매니저는 “현재 배너헬스의 eICU센터에서 근무하는 중환자전담의나 간호사들의 경력이 평균 23.7년, 중환자실 근무 경력은 최소 5년 이상”이라며 “일반 중환자실과 달리 eICU센터에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없다. 경험 많고 나이든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다. 시니어들이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전문적인 조언도 하는 것이다. 이는 인력 활용 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ICU가 효율적 인력 배분은 물론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의료기관의 비용절감에도 도움을 준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에모리헬스케어(Emory Healthcare)의 티모시 버크만 eICU센터장(MD)은 eICU 도입에 따른 성과들을 소개하며 “eICU 도입 후 분석한 결과 2014년 1월부터 2016년 중반까지 934명의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또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머무는 시간도 2년 6개월 동안 거의 1만7,000일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중환자실 병상 22개가 없어도 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버크만 센터장은 “(eICU 도입 후) 환자의 치료결과가 좋아져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또한 eICU 도입에 1달러가 들었다면 현재는 1달러 60센트 정도의 수익도 내고 있다”며 “에모리헬스케어는 이밖에 주야간 근무 개선을 위해 호주에 eICU센터를 설치해 애틀랜타에 위치한 병원 중환자실의 야간 관리를 맡겼다. 1만5,000km의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콥스 매니저도 “지금까지 전체 중환자 및 응급환자 관리비용의 27%가 절감됐고, 재입원율은 45%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며 “앞으로 의료진과 간호사는 ‘테크놀로지’와 결혼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결합이 더 많은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초 일본도 eICU 도입
아시아에선 일본이 최초로 eICU를 도입한다.

일본 쇼와대학 오타케 히로시 교수는 이날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내년 초 eICU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타케 교수에 따르면, 산하 병원까지 합쳐 1,000병상 규모인 쇼와대학은 두 곳의 산하병원에 eICU 프로그램을 연결할 방침이다.

오타케 교수는 “일본은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국가다. 자연스레 중증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ICU 전문 의료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라며 “ICU가 원칙대로 운영되려면 밤에 일할 수 있는 중환자전담의가 5~6명 필요하다. (교대근무를 고려할 때) 쇼와병원이 이를 맞추려면 최소 20명의 중환자전담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들을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다 확보한다면 다른 지역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일본 중환자 관리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2년여 전 미국에서 eICU를 접했을 때, 일본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유는 전문가들의 지식을 다른 ICU와 공유할 수 있고 표준화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진료과정의 투명성까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 역시 eICU 도입이 결정되기까지 병원 경영진과 의료진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왜 eICU가 필요한지, 왜 도입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설득해야 했다. 특히 eICU 설치를 위한 자금 마련과 의료진들과 모집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시각이 다른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른 각 과들을 표준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여기에 돈도 절약하고, 인명도 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특히 (미국처럼) 병원 각 구성원들이 eICU 도입에 따른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도 않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쇼와대학은 정부 지원을 통해 eICU를 도입할 수 있었다. 대학은 물론 정부도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우리는 eICU의 임상적, 재정적 개선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보험급여 적용이 가능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ICU 한국 도입, 허들은?

미국, 일본 등의 중환자 관리 전문가들의 전망에 대해 국내 관련 의료진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의료진들은 법적 책임 여부부터, 의료진들의 일자리 감소 등에 eICU 도입의 여파에 대해 궁금해했다.

먼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eICU센터와 병원 중환자실 간 책임 여부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질문에 스컬록 박사는 “eICU는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의사결정을 혼자서 하지 않도록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최상의 치료방법을 고민한다. 실제로 웨스트체스트 메디컬센터에서 지금까지 360만명의 환자들이 eICU 프로그램에 포함됐지만, 한 번도 보상이 필요한 의료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특히 24시간 병실을 비춤에 따라 환자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유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버크만 센터장은 “일단 eICU센터에 비춰지는 화면을 녹화하지는 않는다. 환자들을 감시하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모니터링이 필요 없을 때는 카메라가 벽으로 돌아가게 프로그래밍 돼 있다. 소리도 당연히 꺼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전체 성인 중환자실 중 15% 정도에 eICU가 도입된 것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환자 관리와 비용 절감 효율적 시스템이라면, 보급률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스컬록 박사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의사 등의 저항 때문”이라며 “현재는 저항감이 차츰 줄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항 변곡점이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크만 센터장은 “일각에선 eICU 도입이 의료진들의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우려”라면서도 “그러나 eICU는 의사나 간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도와주고, 오히려 일자리를 늘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eICU 관련 전문가들의 논의를 지켜본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국내에서도 감염병 관리 등에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감염병 관리의 경우 ICT를 활용할 여지가 많고,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감염병 전 단계에서 ICT를 활용할 필요성 느낀다. 이에 기존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되 감시체계를 최대화코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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