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괴담 및 기침CPR 등 병원·의사 출처 로 한 엉터리 사실 퍼져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최근 인터넷이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잘못된 의학상식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포장한 게시글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에는 의사도 모르는 이야기 혹은 의사가 알려주지 않는 사실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마치 전문가들이 숨기거나 알려주지 않는 일급비밀인 것처럼 포장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유명 대형병원이나 이런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수를 출처로 한 글들이 SNS를 통해 사실인양 전파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침CPR과 고사리 괴담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고사리 괴담은 ‘고사리에 독이 있는데 삶는 과정에서 나오는 냄새가 인체에 제일 나쁘지만, 삶고 난 뒤에도 잔류한 독성 때문에 고사리를 오래 먹으면 반드시 암 치매등의 중병에 걸려 죽는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괴담의 출처로 국림암센터 이진수 박사가 거론됐다는 점이다. 이진수 박사는 국립암센터 제4, 5대 원장을 지냈으며, 대한암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암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이다.

이진수 박사를 앞세운 고사리 괴담이 급속히 퍼져나가자, 보다 못한 국립암센터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국립암센터는 “해당 글은 국립암센터 이진수 박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최초 작성자인 강모 씨가 ‘이진수’라는 동명이인의 이야기를 글로 작성해 본인의 블로그에 게재했는데 이 글에 관심을 보인 네티즌이 국립암센터 이진수 박사의 약력을 덧붙여 유포하면서 마치 이 박사가 직접 이 글을 작성한 것처럼 명의 도용된 정보가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는 최초 작성자인 강모 씨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를 요청해, 현재 원본은 삭제된 상태다.



이같은 사례는 또 있다.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돌고 도는 기침CPR에 대한 글이다.

기침CPR은 말 그대로 기침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게시글을 보면 혼자 있던 사람이 흉통을 느끼면 심장마비의 전조증상이기 때문에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강한 기침을 10분 간 유지하라는 내용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관련된 내용을 포스팅된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중에는 서울아산병원을 출처로 명기한 글도 있다.

그러나 기침CPR 역시 대표적으로 잘못된 의학정보 중 하나다.

서울아산병원 홍보팀은 “확인한 결과, 병원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을 배포한 적이 없다”면서 출처를 부인했다.

심장 전문의들은 이방법이 올바르지 않은 방법이라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여전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심장질환 분야 권위자인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괴담이 떠돈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면서 “전문가 입장에서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침을 놨다.

노 교수는 지난 2014년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기침CPR이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 교수는 “강하게 반복해서 기침을 하며 심정지를 극복한다는 것은 얄팍한 이론에 입각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미국 심장협회에서도 공식적으로 효과가 없으니 가르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위험에 처해있으니 남에게 도움을 청할 방법을 찾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119에 전화를 걸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기침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좋다는 뜻이다. 제발 이런 것(괴담)을 돌리지 말자”라고 게재하기도 했다.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제상모 교수 역시“기침CPR은 심정지가 막 발생했을 때 아직 뇌기능이 남아있는 환자가 있을 때, 전문가가 옆에 있다는 전제 하에 가슴압박 대신에 약 30초간 사용할 수 있는 임시방편”이라면서 “강한 기침이 혈압이 오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가슴압박을 대체하는 것일 뿐, 심장이 멈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제세동이나 약물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의학괴담은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인터넷을 떠도는 것일까.

노 교수는 “정보전달과 확산의 문제가 아니겠나. 우선 제목이 상당히 선정적이니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좋고 정보전달이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로 인해 쉽고 원활하게 퍼진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런 정보를 차단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정보가 엉터리라는 걸 알아도 굳이 차단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이걸 본 사람들은 재미 또는 진짜로 믿어서 퍼트리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심지어 의사 중에도 이를 믿는 사람이 있다”면서 “의사라고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 이런 의학괴담을 엉터리라고 알리는데 전문가, 언론 등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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