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학교 수강생들 시행규칙안 제안
업무 범위부터 운영·교육·관리 방안 구체화
"병원 실태조사하고 수련 위축 책임 물어야"

대한의료정책학교 수강생들은 지난 12일 수료식에서 직접 작성한 간호법 시행령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청년의사).

'전담간호사'로 불리는 진료지원인력(PA)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대생과 사직 전공의들이 직접 만든 간호법 시행규칙안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PA 제도화가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기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의사와 의료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 제도 악용을 막자고 했다.

대한의료정책학교는 지난 12일 고려의대 최덕경홀에서 1기 수료식을 열고 수강생 주요 활동 결과를 공개했다. 의료정책학교는 의대생과 젊은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 정책 이해와 개발·실행 방안을 다루는 전문 아카데미를 표방하며 지난 3월 개강했다.

먼저 전담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범위를 '의사의 지도를 받아 시행하는 업무'에서 더 나아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위해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처 가능한 수준의 처치까지만 할 수 있다"고 구체화했다.

의사가 아닌 진료지원인력이 단독으로 수행해서는 안 되는 행위도 지정했다. 진단명의 확정과 치료 계획 수립, 입·퇴원 결정, 의무기록 최종 서명 등이다. "의사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거나 계획하지 않은" 약제의 투약도 단독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특히 중심정맥관 삽입이나 기도 삽관 등 "전문의의 실시간 감독과 반복적 교육을 통해 숙련된 전문의가 주로 처치하는 고도의 의료행위 같은 경우, 아무리 숙련된 인력이라도 단독으로 시행해서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전담간호사는 진료지원 프로토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지도 의사는 전담간호사가 진료 프로토콜에 따라 수행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의사의 감독과 책임도 분명히 했다.

이런 업무 범위 지정과 함께 진료지원인력의 교육과 관리감독은 복지부에 '전담간호사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자고 했다. ▲전담간호사 지위 향상 관련 정책·제도 ▲업무 범위와 프로토콜 ▲교육기관 지정 ▲교육 과정과 자격시험·출제 ▲인력 현황과 실태조사 ▲전공의 실태조사 관련 내용을 심의하자는 것이다. 위원은 "의료법 제28조에 따른 의사회(대한의사협회)와 간호사회(대한간호협회), 복지부가 7대2대1 비율로 추천해 구성"하자고 했다. 그리고 위원회 심의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전담간호사 교육기관이 "전담간호사 교육과 교육과정관리 업무 일부를 대행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교육과정은 총 300시간(이론 120시간, 실습 180시간) 이상으로 하고 ▲교육 책임자 60% 이상이 해당 진료과 전문의일 것 ▲환자 안전·의료윤리 과목 20시간 이상 포함할 것 ▲교육생 1인당 실습 환자 수는 최소 30배여야 할 것을 요구했다.

전담간호사는 ▲간호사로서 관련 과 근무 경력 4년 이상(조정 가능)을 갖추고 ▲이같은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1년 이내 '진료지원능력 자격평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전담간호사 자격 요건과 자격시험 제안 내용(ⓒ청년의사)
전담간호사 자격 요건과 자격시험 제안 내용(ⓒ청년의사)

전공의 수련 위축 방지 위한 법적 보호 장치 必

전담간호사 선발·배치는 '수련병원'으로 제한하되 규모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자고 했다. "전담간호사가 모든 병원에서 의사를 대체하는 값싼 인력이 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생각이다. 병원장이나 전담간호사가 근무하는 과의 과장·지도전문의가 제도를 악용해 "사실상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허위 보고를 하는 경우" 또는 "전공의 수련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도 포함했다.

그러면서 전담간호사 채용이 전공의 수련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 보호 장치 마련도 제안했다. 복지부 장관은 수련의 교육권 침해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전담간호사관리위원회 심의를 바탕으로 "수련병원장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을 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수강생들은 "수련병원에서 주객이 전도돼 전담간호사가 전공의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취급받고 전공의는 수련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면서 "병원이 전담간호사를 의사 대체 인력으로 사용하면 의사와 간호사 모두 피해를 입고 환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제안한 내용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보좌관 피드백을 거쳐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와 대한전문간호사협회에 전달됐다. 전문간호사협회장과 임원들은 의료정책학교 강의에 참석해 수강생 제안 사항을 듣고, 전문간호사 입장에서 간호법 시행규칙안 제정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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