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부 한계 벗어나 의정 갈등 해소 주도해야"
정치학계, 의료계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권하기도

대한의사협회 임원을 지낸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은 의료계가 의료 사태에 더 능동적인 태도를 취할 때라고 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임원을 지낸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은 의료계가 의료 사태에 더 능동적인 태도를 취할 때라고 했다(ⓒ청년의사).

의정 갈등이 1년을 넘기면서, 의료계가 사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해법을 내놓기만을 기다리는 사이, 의대생과 전공의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임원을 지낸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은 지난 10일 사회과학과의학교육연구회 창립 총회에 토론 패널로 참석해 "정권이 교체됐고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의료계도 다음 단계를 모색할 시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회과학과의학교육연구회는 사회과학·교육·정책 분야와의 통섭으로 의료 시스템 발전 방향을 찾고자 결성됐다.

최 교장은 이번 의정 갈등을 계기로 의료계 내에서 '관치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지만, "정말 의료계가 관치주의를 넘어 '전문가주의'를 실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임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의료계 거버넌스 한계와 내부 컨센서스 부족을 짚으며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의료 정책은 앞으로도 국가가 끌고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의대생·전공의 복귀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정부가 나서길 기다리는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가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의대생과 전공의는 무력감을 느끼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제시해야 할 때"라며 "정부와 사회에 의료계가 추구하는 '공공선'의 비전을 보여주고, 젊은 세대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 '악마화'말고 의사도 적극 참여해야"

정치학자들은 의료계가 정치에 배타적인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연자로 나선 장부승 일본관서외국어대학 정치학 교수는 "제약이 많더라도 최대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정당 가입을 권한다. 당비를 내고 내부 활동을 하면 발언권을 얻고 아젠다를 제기할 기회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정치 참여를 진흙탕 싸움이나 쓸데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며 "다른 사회 집단과 연대하며 활동 반경을 확장해야 한다. 의사가 아닌 이들과도 공통 분모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종성 전 서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의료계가 정치를 악마화하고 터부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료가 우선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격이다'라는 이유로 정치를 외면해선 안 된다. 필요하면 대통령을 만나서라도 의료계 관점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행위"인 만큼 "'화술'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사회정치적 갈등에서) 의료계가 (뜻을 관철하고) 이겨야 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잘 말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면서 "사회과학과의학교육연구회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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