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로 '협상 후 복귀' 유리해졌다는 판단
민주당 내에서는 "막연한 기대 심리는 접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지켜본 의대생들은 정권교체가 '협상' 환경도 바꿔주리란 기대를 내비쳤다. 이들의 바람대로 의정 갈등 국면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서울 지역 의대를 휴학했던 의대생 A씨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이 의정 갈등 해결의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 의대생 복귀나 의대 교육 문제도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권 의대 재학생 B씨도 "'의료개혁' 밀어붙이기에 급급한 인사들이 교체될 테니 좀 더 상식적인 협상이 가능해질 것 같다"며 "이번 대통령은 본인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6일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요청하며 의대 정원 증원 책임자 문책과 필수의료 정책 재논의를 약속했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대생과 전공의가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이다.
이재명 정부와 협상 후 복귀하자는 주장은 대선 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유됐다.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인 만큼 "정권교체는 기정사실이고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A씨)"는 목소리가 컸다.
경상권 의대 재학생인 C씨는 "커뮤니티나 SNS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하면 상황이 바뀐다', '의료계에 유리하다'는 글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권 실책을 빨리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테니, (의대생들이) 더 유리한 조건을 내밀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의대를 다니는 D씨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에 (협상 후 복귀)하는 것이 낫다는 글을 자주 봤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정권이 바뀌면 '지금보다는 낫겠지'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이후 구체적인 추가 발언을 내지 않았다. C씨는 "대통령이 의대생 복귀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막연히 '대선이 끝나면 다르겠지'라는 심리가 없지 않다. 크게 근거나 확신이 있는 건 아니다(B씨)"라고도 했다.
민주당도 이런 기대 심리를 경계했다. 강청희 보건의료특별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과학·보건의료공약토론회에서 "정부가 바뀌면 더 좋은 기회가 오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이를 투쟁 수단으로 삼는 듯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복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음날(5월 29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도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 후 더 나은 조건으로 복귀할 거란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복귀를 위한) 추가 특례는 어렵다"고 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윤 의원이 의대생과 전공의를 만났지만 상호 소통을 강조하는 선에 그쳤다. 이날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주최한 정책간담회에서 두 의원은 보건의료 정책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면서 "이런 구조를 의대생과 젊은 의사 스스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현행 의료 위기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달라"며 "의료계와도 소통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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