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이선영 교수 ‘HiPex 2022’서 '집으로 가는 환자' 조명
의료서비스 필요한 퇴원 중증환자 지속적으로 증가
"환자 퇴원 후 삶 생각하는 것, 또 다른 의미의 의료"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응급의학과).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응급의학과).

의료 발전과 고령화로 의료기술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증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이 환자의 퇴원 후 삶’을 생각하는 것도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응급의학과)는 27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 ‘환자는 집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를 통해 재택의료 운영사례를 공유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는 지난 2020년 6월 통합케어클리닉을 설립하고 재택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병원에는 가정간호전문간호사도 있지만 간호사 방문 만으로는 집에서 제공하는 의료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집으로 간 중증환자들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내가 퇴원시킨 환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공공진료센터에서 재택의료팀을 운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의료기술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증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해봐야 하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기술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증환자 중) 집 거실에 인공호흡기, 석션은 물론 병원 시트를 깔고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는 환자도 있다”며 “이런 중증환자가 늘어나면 이들의 퇴원 후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가정간호전문간호사도 있지만 (의료적으로) 부족했고 의사 진료가 필요하면 (환자 외래방문이 어려우니) 보호자가 대진을 했다”며 “환자가 외래를 오기 싫어서가 아니라 외래를 오려면 구급차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집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라며 “집에서도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도입한 것이 재택의료”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의료필요도가 있는 환자가 집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의료기관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건강했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자가 재택의료를 통해 경험하는 의료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미용실을 가고 자식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자를 살린 후 결말이 (집으로 가길 원하는 환자를) 요양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것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의료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환자가 집으로 가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의료기관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전통적으로 환자를 삶과 죽음의 이분법적 사고로 봤다면 이제는 변해야 한다. 의료가 발전하면서 쇠약하게 오래 사는 환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환자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의미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퇴원 후 삶을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의료가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각 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재택의료팀이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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