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종료…정부, 보건소 역할 고민
현장은 진료 기능 축소하고 민간과 연계한 통합돌봄 역할 확대 강조
올해 선도사업이 끝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활성화 사업에서 보건소 역할로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작게는 '안내 창구'부터 크게는 지역 구심점까지 보건소 위치 설정을 두고 여러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통합돌봄 역할을 위해 보건소 진료 기능을 덜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 최재우 부연구위원은 지난 20일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방문의료 한 걸음 더'를 주제로 서울 중구 공간 하제에서 진행한 제4회 학술대회에서 통합돌봄 구체화 전략안을 설명하면서 보건소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6개 지자체에서 지난 2019년 시작한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그간 퇴원 환자 1인당 연평균 재가 일수 30일 증가, 의료·요양비 등 약 700만원 감소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지자체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공공전달체계만으로 대상자 발굴과 서비스 연계에 한계가 커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계한 통합돌봄 우선대상자는 고령층만 45만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연구원은 현재 읍면동 주민센터 단위에서 운영하는 통합돌봄 창구를 보건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창구는 일원화시키되 지역민이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안내하는 역할을 보건소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행정기관이 통합돌봄 전담 인력과 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비스 공급 기관이 그 역할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현재 통합돌봄 창구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거의 없다. 담당자들이 다양한 업무를 겸직하면서 통합돌봄을 수행하는 상황이라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연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통합돌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에 통합돌봄 안내 창구 역할을 부여하고 접촉자가 통합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자체 창구로 인계하는 식이다. 지역 내에서 서비스를 연계하고 대상자 발굴을 활성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소가 인력을 지원해 의원급 의료기관도 방문의료 다학제팀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전국 단위에서 방문의료를 하는 모든 의원급 의료기관이 다학제 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은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 "보건소 등이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상담심리사 등 지원 인력을 채용하고 방문의료를 희망하는 지역 내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지역 협력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이 의사 1명과 간호조무사로 구성된 상황에서 방문의료 서비스 제공 인력을 지역에서 지원하는 공공적 방식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통합돌봄 서비스 재정 운용 방식 고도화도 강조했다. 유사한 사업은 재정을 포괄적으로 사용하고 지역사회가 이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다고 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제도권 내에서 통합돌봄 추진이 원활하려면 현재 사회보험이나 조세 재정으로 이분화된 재정 체계에서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관련 재정 운영으로 고도화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전·현직 보건소장 "보건소 진료 기능 축소하고 통합돌봄 집중해야"
현장에서는 보건소 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통합돌봄 역할을 새롭게 키워야 한다고 봤다. 특히 전·현직 보건소장이 나서 기능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전시 대덕구보건소 박주현 보건소장은 “지역에 방문의료기관도 있고 구청도 적극적으로 방문의료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보건소가 코로나19 방역 업무로 방문의료나 통합돌봄에 참여하지 못해 왔다”고 했다.
박 소장은 “(대덕구처럼) 대도시 지역은 일반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방문진료나 통합돌봄에 참여하길 바란다“면서 ”다만 새로운 사업 콘셉트를 짜고 직원을 교육하는 등 특정 보건소나 지자체만으로는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보건소 역할을 부여하면 현장도 사업이 수월해진다“고 했다.
전직 보건소장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법적으로 보건소 기능에 통합돌봄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통합돌봄 사업 관련 법이 없어 법제도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참가자는 ”보건소의 진료 기능 대신 재택의료세터나 방문진료로 주민과 직접 접촉하고 통합돌봄에 참여하는 것이 보건소 기능상 대단히 유효한 역할이다. 보건소는 기본적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있고 물리치료사 등 인력 충원도 가능하다. 보건소뿐만 아니라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 간호사도 통합돌봄이나 재택의료·간호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현장 요구만으로 보건소가 참여하기 어렵다. 보건소의 이런 기능과 역할을 지역보건법으로 규정하거나 시행령에 담는 등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소 등 공공기관과 민간의료기관 소통 강화 요청도 나왔다. 서울시 종로구 소재 방문진료 전문 의료기관인 서울36의원 유인실 원장은 “종로구 보건소가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됐다. 대단히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같은 관내 민간의료기관과 공공기관 연계를 위한 논의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마다 환경이나 준비 정도가 다르다. 국가적으로 각 지제차 인식 성장에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또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과 민간의료기관 소통도 더 원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부연구위원은 “지역 보건소 등이 의료기관 인력 지원 등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택의료에서 보건소 역할을 구체적인 수준까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기존 보건소 인력이 곧장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에서 의료인 대상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런 기존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 범위와 제공 방식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