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선영 교수, 프레지덴셜 세션서 FORTITUDE-101 결과 발표
"절반의 성공"…후속 연구 FORTITUDE-102로 도전 이어가

'FGFR2b(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2b)'를 표적으로 한 세계 최초의 3상 임상 FORTITUDE-101 연구가 진행성 위암 1차 치료에서 생존 연장을 입증하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효과의 내구성과 안전성, 그리고 표적 환자 정의라는 숙제를 남기며, FORTITUDE-101 연구 성과는 '가능성의 문을 연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 (ESMO 2025)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는 FGFR2b 과발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FORTITUDE-101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 (ESMO 2025)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는 FGFR2b 과발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FORTITUDE-101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 (ESMO 2025)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는 FGFR2b 과발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FORTITUDE-101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FGFR2b', 위암에서 새롭게 부상한 치료 표적

FGFR2b는 세포 증식과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FGFR 패밀리의 하위 아형으로, 위암 환자의 약 10~15%에서 과발현(overexpression)이 확인된다. 이 단백질은 종양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전달에 관여하며, 이로 인해 FGFR2b 차단이 항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물학적 근거가 제시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라 교수가 발표한 FORTITUDE-101 연구는 FGFR2b 과발현 환자군에서 표적 항체 '베마리투주맙(Bemarituzumab, 이하 BEMA)'과 표준 화학요법인 'mFOLFOX6' 병용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됐다.

연구는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된 HER2 음성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GEJ) 암 환자 5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모든 참가자는 FGFR2b IHC 검사상 '2+' 또는 '3+'로, 종양세포의 10% 이상에서 발현이 확인된 환자들이었다.

환자들은 BEMA + mFOLFOX6 군(N = 159) 또는 위약 + mFOLFOX6 군(N = 165)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1차 평가변수는 전체생존기간(OS), 2차 평가변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및 안전성이었다.

유의했던 생존 이점, 장기 추적에선 희미해져

*출처: ESMO 2025 사이트
*출처: ESMO 2025 사이트

추적관찰 11.8개월차 중간 분석에서 BEMA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7.9개월로, 위약군의 12.5개월에 비해 유의하게 연장됐다(HR 0.61).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역시 8.6개월 대 6.7개월로 차이를 보였지만(HR 0.71), 객관적반응률(ORR)은 45.9% 대 44.8%로 유사했다.

그러나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존 혜택은 다소 감소했다. 추적관찰 19.4개월차 분석에서는 OS 위험비(HR)가 0.82로 상향되며, 초기 효과가 시간 경과와 함께 희석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결과의 지속성(durability)에 의문을 남겼다.

각막 이상반응, 'BEMA'의 핵심 안전성 이슈

이번 연구에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각막 관련 이상반응이었다. BEMA군 환자의 33%가 시력 저하(visual acuity reduced)를 경험했으며, 이는 위약군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26%는 점상각막염(punctate keratitis), 14%는 각막상피결손(corneal epithelial defect), 14%는 림버줄기세포결핍(limbal stem cell deficiency), 8%는 궤양성각막염(ulcerative keratitis) 등 중등도 이상의 각막 병변을 겪었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이들 사건이 모두 1% 미만으로 발생했다.

추가적으로 안과적 이상반응의 발생과 회복 시점에 대한 분석도 보고됐다.

3등급 이상의 각막 이상반응 발생 시점은 약 24주, 시력 저하 또한 24주 시점에서 시작됐다. 이후 회복(Resolution)은 비교적 점진적으로 이뤄졌으며, 각막 이상반응은 17주 내 70%의 회복률을 보였고, 시력 저하는 8주 내 83%의 회복률을 나타냈다.

즉, 대부분의 환자에서 시력 저하 및 각막 손상은 가역적(reversible)이었으며, 적절한 안과적 모니터링 및 치료 중단 후 상당수가 회복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FGFR2b는 분명 유망하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

라 교수의 발표 후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의 예레나 잔지기안(Yelena Janjigian) 교수가 디스커션을 통해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짚었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예레나 잔지기안 교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예레나 잔지기안 교수

잔지기안 교수는 "FGFR2b는 여전히 위암에서 유망한 타깃이지만, 이번 FORTITUDE-101 연구 결과만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현재 HER2 음성 진행성 위암의 1차 치료에서 기본(backbone) 약제로 자리 잡은 항 PD-1 면역항암제가 대조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추가 분석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과 2년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FGFR2b 발현 기준(≥10 %)이 너무 완화돼 이질성이 증가한 점과 안구 독성으로 인한 치료 중단이 많았던 점도 연구의 한계로 지적했다.

잔지기안 교수는 "FGFR2b ≥10%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관대하다. 이로 인해 효과가 희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초기에는 확실한 이익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줄어드는 패턴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아시아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환자군에서 항 PD-1 면역항암제의 2차 사용 비율이 조금 높았고, 이것이 OS 수렴에 부분적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FORTITUDE-102 연구로 이어진 도전

한편, 암젠은 이미 후속 연구인 FORTITUDE-102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서는 항 PD-1 면역항암제(니볼루맙)와 BEMA + 화학요법의 3중 병용요법을 평가하며, 각막 독성 관리 프로토콜을 보완했다.

잔지기안 교수는 "FORTITUDE-102 연구는 이상반응 관리 프로토콜을 최적화하고, 항 PD-1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을 포함한 대조군을 설정함으로써, FGFR2b와 PD-L1 병용의 효용성을 보다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해당 연구는 FGFR2b 발현율이 10% 이상(2+/3+)인 더 큰 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FORTITUDE-101 연구는 진행성 위암 1차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FGFR2b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3상 임상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치료 전략의 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보여줬다. 다만 효과의 지속성과 안전성, 그리고 최적의 환자 선별 기준 확립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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