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rchE 임상 7년차 장기생존율 결과 발표…재발 감소 혜택 입증
이경훈 교수 "고위험 조기 유방암에서 OS 입증했다는 점 의미 커"
[베를린=홍숙 기자]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가 장기 추적에서도 일관된 생존 이득을 유지하며, CDK4/6 억제제 계열 약물 중 최초로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 개선을 입증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 버제니오의 3상 임상시험 monarchE 연구 7년 추적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앙 추적기간 6.3년 시점에서 내분비(Endocrine Therapy, ET) 단독요법 대비 버제니오 병용요법이 사망 위험을 15.8%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위험비 0.8). 7년 생존율은 각각 버제니오 병용요법 86.8%와 내분비 단독요법 85.0%로 절대 차이는 1.8%였다.
호르몬수용체 양성(HR+), HER2 음성(HER2-)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며, 이 중 림프절 양성(node-positive) 또는 종양 크기가 큰 환자군은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monarchE 연구는 이러한 고위험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의 버제니오와 ET 병용요법과 ET 단독요법을 비교해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에는 총 5,637명이 포함됐으며, 고위험군은 ▲4개 이상의 액와 림프절(axillary lymph nodes, ALN) 양성 환자 또는 ▲1~3개 양성에 더해 종양 크기 ≥5cm 또는 3등급(Grade 3) 질환을 가진 환자 ▲1~3개 양성+Ki-67 ≥20%로 정의됐다.
또한 침습성 질환 무재발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과 원격재발 무재발생존율(distant relapse-free survival, DRFS) 모두 장기 추적에서도 지속적인 혜택을 유지했다.
추적관찰 7년차 iDFS는 77.4%(버제니오+ET) 대 70.9%(ET 단독), DRFS는 80.0% 대 74.9%로 나타났으며, 각각 6.5%p, 5.1%의 절대적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ET 단독군의 52%가 추적 관찰 중 전이성 병기에서 CDK4/6 억제제를 추가로 투여받았음에도, 버제니오 병용군의 OS 개선 효과는 유지됐다.
버제니오 병용요법은 iDFS와 DRFS 개선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안전성 측면에서도 일관된 프로파일을 보였다. 장기 추적 결과 새로운 독성 신호나 지연 독성(delayed toxicity)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이상반응 양상은 기존 보고와 유사했다.
결과적으로, 버제니오를 2년간 내분비요법과 병용 투여한 보조요법은 고위험 HR+, 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질병 재발 위험 감소를 넘어 생존율까지 개선한 첫 임상 근거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훈 교수는 "HR+ 조기 유방암에서 전체 생존율(OS) 개선을 입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monarchE 연구는 조기유방암에서 OS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교수는 "유방암은 장기 생존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종료 후 7년 시점에서도 OS 개선 폭의 차이가 유지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7년 추적 결과에서도 대조군과의 곡선 간격이 좁혀지지 않고 일정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아베마시클립은 치료 초기에 설사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생각보다 잘 견디는 편"이라며 "부작용 관리만 적절히 이뤄진다면 고위험군 환자에게 충분히 치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연구에서 OS 개선이 입증된 것은 곧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사회적으로도 접근성 확대 논의가 필요하다"며 "임상 데이터가 명확한 만큼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급여 적용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조기 유방암에서 CDK4/6 억제제의 보조요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보다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를 끝까지 잘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안젤라 드미셜(Angela DeMichele) 박사는 "아베마시클립은 전체 생존기간(OS)에서 1.8%의 차이를 보였다"며 "이는 작지만 의미 있는 개선으로, 향후 추적 기간이 길어지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안젤라 박사는 "현재 확인된 OS 개선이 실제 임상적 의미를 가지려면 재발 후(post-recurrence) 생존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이는 CDK4/6 억제제의 장기 효과와 내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막 오른 'ESMO 2025'…종양학계 최신 이슈 한자리에
- [ESMO 2025] 지아이이노베이션, IL-2 면역항암제 성공 기대↑
- [ESMO 2025] '임핀지+FLOT', 수술 가능 위암서 전체생존 개선 입증
- [ESMO 2025]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 위암서 가능성 확인
- [ESMO 2025]'키스칼리' 보조요법, 5년차에도 효과 유지
- [ESMO 2025] '엔허투', HER2+ 조기 유방암에서 캐싸일라 능가
- [ESMO 2025] '트로델비'·'다트로웨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변화 예고
- [ESMO 2025] 퓨쳐켐 ‘루도타다이펩’, 반복 투여에도 안전성 입증
- [ESMO 2025] 이중항체 '이보네시맙', 폐암 1차 치료제 가능성 제시
- [ESMO 2025] 한미약품, 'EZH1/2 이중저해'로 고형암 정조준
- [ESMO 2025] 'AI 반응 예측' 루닛, 암 치료 글로벌 경쟁력 부각
- [ESMO 2025] 'FGFR2b', 진행성 위암 치료 표적으로 가능성 열려
- [ESMO 2025] 리가켐, ADC 임상 적용 가능성 입증
- [ESMO 2025]코오롱생명과학, '항암바이러스'로 항암제 개발 시동
- [ESMO 2025] 이뮨온시아, 'CD47·PD-L1'로 면역항암제 개발 가속화
- [ESMO 2025]셀랩메드, 'IL13Rα2' 타깃 CAR-T 1상 구두 발표
- [ESMO 2025]"다트로웨이, 면역치료 불가 삼중음성유방암 새 대안 제시"
- "키스칼리, 조기 유방암 완치 향한 장기 생존 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