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대체조제·성분명처방 관련 법안 폐기 촉구
"낮은 약가가 근본 원인인데 의약분업 원칙만 훼손"

필수 의약품 부족이 반복되는 만큼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의료계 반발을 부르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필수 의약품 부족이 반복되는 만큼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의료계 반발을 부르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필수 의약품 부족이 반복되는 만큼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체조제 절차를 완화하고 부족한 의약품은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는 법안이 잇따르자 의료계에서는 '의약분업 폐지'까지 거론하면 반발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민관협의체에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해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대체조제 활성화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약사가 대체조제를 한 이후에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 포털로도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병의협은 정부와 국회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아무 관련 없는 황당한 정책과 법만 추진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런 법안이 의약분업 원칙도 거스른다면서 "그대로 추진한다면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를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이런 황당한 조치가 아니라 정부의 낮은 약가 책정 등 정책 실패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희협은 "국내 신약과 오리지널 약제 가격은 (약가 참조 대상인 A7) 주요 선진국 대비 64~66%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복제약(제네릭)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다. 유럽은 오리지널 약제 대비 2~10% 수준이고 미국은 10~30% 수준이다. 한국은 50% 수준인 데다 일부 약제는 오리지널 약제와 가격이 동일하거나 '개량신약'이라면서 더 높은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여기 더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저가 우선, 소수 낙찰, 단일 원산처 구조를 고집하면서 전국적 약제 품절 현상이 발생하기 쉬워졌다"며 "무균주사제나 소아 환자용 약제처럼 고정비와 품질 관리비가 많이 들면 제조 유인책이 적어 공급 중단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제의 상대가격을 외국 수준으로 교정해 오리지널 약제만큼은 공급이 꾸준히 유지되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제네릭 약제는 원가와 품질을 공급 비용에 반영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식약처의 단일 낙찰 원칙을 완화해 약제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특정 필수 의약품은 3~6개월 분량 재고를 확보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생산 부진 의약품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산을 독려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의협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약분업 원칙마저 훼손하는 국회와 정부의 폭압에 끝까지 맞서겠다. 이대로 관련 법·제도를 강행한다면 적극적으로 의약분업 폐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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