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권까지 빼앗길 수 없다" 거세지는 현장 반발
서울시醫 궐기대회 이어 의협 회장 국회 앞 1인 시위

'성분명 처방 의무화'법에 의료계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6일 열린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 현장 모습(ⓒ청년의사).
'성분명 처방 의무화'법에 의료계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6일 열린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 현장 모습(ⓒ청년의사).

부족한 필수 의약품을 성분명 처방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한 법안에 의료계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시도의사회가 규탄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궐기대회와 1인 시위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의료법 개정안'은 민관협의체에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해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성분명 처방 강제는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은 졸속 실험이자 의약분업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사 처방권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전북도의사회는 "동일 성분 의약품도 제조사별 제형과 흡수율, 부작용 양산이 달라진다. 오직 성분명만으로 처방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의사의 임상 판단과 환자 맞춤 치료를 부정하고, 효과 저하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 발생, 약화 사고로 이어져 도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취약지 비율이 높은 전북은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자 비중이 커 성분명 처방을 강제했을 때 혼란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도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성분명 처방 강제 입법을 저지하고자 싸우겠다"고 했다.

충청남도의사회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내 복제약 생동성은 80~125%다. 이조차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다. 복제약에 따라 약효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노인과 소아, 만성질환자 그리고 다약제 복용 환자는 심각한 부작용과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약계가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을 도입한다며 "전문가단체가 나서서 싸구려 약을 마음껏 처방"하고, "약 선택권을 오로지 시장 논리에 맡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졸속 입법을 즉각 철회하고 제약 산업과 약사 단체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전라남도의사회도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법안이 "고령·만성 환자가 많은 지방 의료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국민 안전을 해친다"면서 "이번 사태로 보건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 철회를 위해 전국 의료계와 연대"하고 "필요하면 장외 투쟁과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법안 철회 장외 투쟁 불사"하겠다는 의사회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26일 오전 성분명 처방 반대를 위한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무분별한 성분명 처방, 국민 건강 무너진다", "타이레놀 처방하면 징역살이 웬 말이냐" 등 구호를 외쳤다. 황규석 회장은 "처방권까지 빼앗기면 의사는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정책 문제를 의사들에게 책임 전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광주광역시의사회 '광주 의료 활성화 세미나'에 참석한 지역 의사들이 함께 성분명 처방 허용 반대 구호를 외쳤다. 광주시의사회는 "국민 건강과 안전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잘뭇된 규제 실험에 의한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법안 철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행동에 나선다. 오는 30일 김택우 회장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의협은 지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성분명 처방을 계속 추진한다면 "의약분업이라는 의료 체제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저항하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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