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8일 공개 변론, "의사 사회조차 엇갈린 사건"
아산병원 "의사냐 간호사냐 아닌 숙련도 기준돼야"
검찰 "위험 간과 말라…의사만 하는 절대적 의료행위"

대법원이 서울아산병원 전문간호사 골막천자 의료법 위반 사건 공개 변론을 열었다(출처: 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이 서울아산병원 전문간호사 골막천자 의료법 위반 사건 공개 변론을 열었다(출처: 대법원 홈페이지).

'서울아산병원 전문간호사 골막 천자 사건'이 마지막 대법원 판단만 남겨뒀다. "의사 사회조차 갈린 유례 없는 사건"이라는 평가 속에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맡기자"는 주장과 "위험성과 현장 혼란 간과 말라"는 의견이 치열하게 부딪쳤다.

대법원 제2부는 8일 오후 제1호 법정에서 서울아산병원 재단의 의료법 위반 사건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8년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한 골막 천자를 하도록 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원심인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침습적 의료행위인 만큼 진료보조행위로 볼 수 없으며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이 엇갈린 가운데 열린 이번 대법원 변론은 골막 천자가 의사의 지도·감독이 필요한 진료보조행위인지 여부와 전문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 업무범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내년 시행을 앞둔 간호법 영향도 살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들어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간호 인력의 전문성과 병원 여건에 맞게 업무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진료과별 특성과 간호사의 경력에 맞춰 적절하게 교육했다면 종양 전문간호사가 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서울아산병원 "의사냐 간호사냐 아니라 '숙련도'가 기준돼야"

아산병원 측은 골막 천자를 "의사가 하느냐 간호사가 하느냐"가 아니라 "숙련자가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숙련된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전담하면 "환자는 더 편하게 검사 받을 수 있고 의사는 더 전문적인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는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보듯이 의사 인력은 한정돼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의사는 보다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의학적 사고와 경험이 필요한 일에 집중하고 전문간호인력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참고인으로 나선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기준은 시술자의 숙련도다. 서울대병원은 서울아산병원보다 앞서 숙련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전담했고 관련 연구에서 숙련 간호사 시술 선호도도 높고 안전하다는 결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숙련자가 하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를 얻을 수 있고 환자도 편하다. 당시에도 옳은 길을 가는데 다른 병원(서울아산병원)이 소송 당했다고 그만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환자를 위한 올바른 검사 방법인데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대한혈액학회 차원에서도 "골수 검사 위임이 부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대한혈액학회장을 지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배성화 교수도 "검사 자체는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 숙련만 되면 문제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실제 혈액암 투병 경력을 들어 "서울아산병원에서 전담 간호사에게 검사받으면서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간호사 전담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의정 갈등으로 의사 인력이 굉장히 중요해졌고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 사업도 시작해 병원에서 검사를 할 전문간호사를 지정하고 교육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최수정 교수는 "90년대 초만 해도 정맥 채혈은 간호사 업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간호사들이 한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관 현장에서 훈련하고 숙련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전문간호사는 물론 일반 간호사도 (골막 천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한국전문간호사협회장이다.

최 교수는 "모든 간호사가 모든 행위를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숙련된 의료인이 일하는 환경을 마련해야지 그저 의사의 업무, 간호사의 업무로 구분만 짓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숙련 간호사 역할이 제한되면서 환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검찰 "의사가 해야 할 절대적 의료행위…위험성 간과 안 돼"

검찰 측은 침습적 의료행위고 부작용과 합병증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골막 천자는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응급 상황을 즉각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의사의 능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앞서 골막 천자를 위한 진정제 투여 과정에서 소아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들어 그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담당 검사는 "최근 의사 집단 행동으로 벌어진 진료 공백에 간호사 역할을 주목하고 있으나 이는 임박한 사회적 상황에 따른 정책적 판단 차원의 문제"라면서 골막 천자는 "의사만이 수행하는 절대적 의료행위이며 종양 전문간호사라 해서 다른 (일반) 간호사와 달리 수행이 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부회장은 "시술에 앞서 동의서 획득부터 마취와 진단까지 모두 검사 과정에 포함해야 하고 이는 무조건 의사만 할 수 있다"면서 "골막 천자만 떼어내 간호사도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병의협이 만난 혈액종양 전문의 상당수가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일부 병원의 사례를 들어 전체 의료계가 동의하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일선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대부분이 서울아산병원처럼 간호사가 골막 천자 하는 사례를 처음 들었다고 할 것"이라면서 "보건의료인의 폭넓은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제정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전문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하게 되면 병원은 혈액종양 전문의가 아니라 간호사를 더 고용할 것"이라면서 "환자는 질 관리나 의료사고 대처 등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환경에 무분별하게 노출된다"고 했다.

바른의료연구소 조병욱 연구위원(신천연합병원)은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은 전문성의 강화이지 면허의 범위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설령 간호사에게 허용되더라도 의료법에 규정한대로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골막 천자 특성과 의료 현장 목소리 종합해 판결"

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의사 사회 내부 의견조차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갈린다"고 평했다.

혈액학회처럼 "오히려 직접 관련된 분야 전문의들은 (간호사 위임을) 반대하는 의견이 거의 없다"며 "침습성이 강하지만 시술 지침을 따르는 단순 반복 작업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즉 숙달만 되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런 특성이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 모든 우려를 해결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찬성' 측이 내세운 '숙련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고 했다.

여기에 "골막 천자를 상대적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의사 입회도 필요 없는 가장 광범위한 형태의 의료행위로서 모든 간호사에게 허용한다면 만일 발생할 사고나 문제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법관은 병의협이 제출한 의견서를 들어 "'반대' 측은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행위가 되려면 수많은 검증과 연구, 보건의료인 전체와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간호사 골막 천자는)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 전혀 충족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늘 변론에서 들은 의료 지식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귀중히 여기겠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법의 목표, 국민 건강 그리고 이를 위한 의료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 결론 내리겠다"고 했다.

변론을 마치면서 재판부는 추후 선고 기일을 지정해 통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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