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하 비대위원장, 기동력 갖춘 조직 구성
“의정협의 중단도 투쟁 방법 중 하나”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중심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번 ‘전쟁’을 진두지휘하게 된 박명하 비대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 총파업’을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극단의 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계가 분열하지 않고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모든 직역이 비대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비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후보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비대위 참여를 권했다. 이미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추천으로 비대위에 합류했다.
50명 이내로 구성되는 비대위는 의결기구 역할을 맡는 집행위원회를 두고 그 산하 조직으로 투쟁위원회와 조직강화본부, 대외협력본부, 홍보본부, 지원본부를 구성해 역할을 분담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자문단으로 합류한다. 현재 완료된 비대위원은 20명이며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의 기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쟁위원장을 겸임하고 투쟁위원회 안에 긴급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국회 동향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사회와 경기도의사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욱 전 경기도의사회장을 집행위원으로 인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사회는 2년 넘게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진행된 선거가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으면서 이 전 회장의 당선은 무효가 된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27일 서울 이촌동 의협 회관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비대위 구성안을 공개하며 “엄중한 상황이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투쟁 열기를 모아서 악법(간호법, 면허취소법)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겠다는 열망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4명이나 출마한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대의원들이 본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와 협력해 빠르게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추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투쟁위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위주로 운영하고 조직강화본부는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일 예정”이라며 “국회 본회의에서는 모든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여한다. 지역별로 조직 역량을 강화해 전국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물론 집행부와도 협력해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고유사업 예비비로 4억원을 비대위가 투쟁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며 의협 집행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비대위는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을 저지하는 데 집중하고 그 외 다른 분야는 의협 집행부가 담당할 사안이라며 역할 분담을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제는 ‘투쟁 전략상 도움이 돼야 한다’였다.
박 위원장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저지 외 다른 부분은 집행부 고유 업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가 모든 의정협의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것도 하나의 투쟁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에 협의를 재개할지는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에 주어진 전권이라는 게 투쟁과 협상이다. 의정협의체 참여 여부도 투쟁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현재 국회에서 악법 수정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이 부분도 비대위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비대위에 집행부도 들어오기 때문에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면 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만약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는 순간 파업을 포함한 극단의 투쟁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부결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뿐 아니라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국 모든 조직을 가동해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의협을 비롯해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와도 함께 한다. 박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우리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겠다. 국회의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대위는 오는 3월 4일 첫 번째 회의를 열고 투쟁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회의 시작 시각은 정했지만 끝나는 시각은 정하지 않았다. 투쟁 로드랩이 구체화될 때까지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저지에 실패했을 때에는 회원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현 사태에 회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분노의 불씨에 저와 비대위원들의 희생을 더해서 꼭 승리하겠다”며 “회원들도 이번 투쟁을 지지하고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 전열 가다듬는 의협, 비대위 50명 이내로 구성
- 여의도에 모인 보건의료인들 “간호사 편향 악법, 폐기하라”
- 간호법·면허취소법 파장, 차기 의협 회장 선거로?…"결선투표 폐지"
-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당선…간호법·면허취소법 저지 선봉
- 비대위 구성해 전쟁 준비하는 의협…‘단일대오’ 가능할까
- 의협, 간호법·면허취소법 저지 비대위 구성…위원장은 선거로 뽑는다
- 법원 “이동욱 회장 당선 무효” 경기도의사회 항소심도 敗
- 복지부, 의협에 ‘의료현안협의체’ 재개 공식 요청
- 의협 비대위 "지금 침묵하면 미래 없다" 단결·투쟁 호소
- 의협 박명하 비대위원장, 국회·민주당사 앞 1인 시위
- 치협 박태근 회장, 무기한 단식 돌입…“면허취소법·간호법 철회하라”
- 의협 비대위 “속전속결, 3월 중으로 승부내겠다”
- 12개 보건의료단체와 연대 강화하는 의협 비대위
- 민주당 향한 보건의료인 분노…"갈라치기하는 야당, 악법 폐기하라"
- 민주당, 면허취소법 대상 중범죄 한정 논의…변수는 강경한 의료계?
- ‘일단 3월 국회 통과 막자’…의협 비대위, 투쟁 강도 높여
- ‘투쟁은 민주당, 협상은 정부’…의협, 투 트랙 전략 성공할까
- 청진기 대신 피켓 든 의사들…"간호법 강행 민주당 사죄하라"
- 간호법 처리 D-3 박명하 위원장 단식 돌입…"총파업 불사"
- "정치권 로비하는 의협, 민심 누구 편인지 알아야"
- 간협이 간호법을 '부모돌봄법'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 선거 정국 들어서는 의료계…차기 의협 회장은 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