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에 의대 교수 800명 결집
"교육 정상화 끝까지 투쟁…제자와 미래 세대 지키자"
2025학년도 증원부터 재논의하고 책임자 처벌도 요구
교수들이 거리로 나왔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지키고 "제자와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해서"다. 교수들은 의학 교육 정상화까지 투쟁을 다짐했다.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겠다고 했다.
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연 전국 의대 교수 결의대회에는 전국 의대 교수 800명 이상(주최 추산)이 결집했다.
전의비 최창민 위원장(울산의대)은 개회사에서 "정부는 교수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정부는 의평원에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시행령 개정으로 의평원을 말살하려 한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의대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교수가 있을 의미가 없다. 정부는 의대를 말살하는 게 아니라 교육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면서 "전의비는 정부의 의평원 말살 시도에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했다.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연세의대)은 개회사에서 "정부는 교육 가능한 의대와 수련 환경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그 말조차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며 "의대 교육 유지도 아니고 20년, 30년 전으로의 회귀하자는 뜻이냐"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우리의 투쟁은 의학 교육 정상화와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함께 할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지역 의대 교수들 "뭐가 지역의료 위한 증원인가" 비판
대규모 증원으로 교육 환경 악화 위기에 처한 지역 의대 교수들은 "무엇이 지역의료를 위한 결정이냐"고 목소리 높였다.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채희복 위원장은 "충북대병원은 매월 80억원 적자를 보고 있다. 16개 국립대병원 상반기 차입금 규모가 총 1조3,924억원이다. 국립대병원이 망해가고 있다"고 했다. 채 위원장은 지난달 정부 의대 정원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단식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 단상에 선 채 위원장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의대생을 늘리는 것 아니었나. 졸업장을 받아도 수련을 받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돌아갈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은 수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과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애초의 목적은 이제 어디로 갔느냐"고 했다.
부산의대 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은 "매년 2,200여명을 교육하던 지방의대가 오는 2025년이면 5,900명을 교육하게 됐다. 거의 3배다. 복도에서 수업해야 할지, 카데바 실습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오 회장은 "의평원 무력화는 대충 교육 받은 싸구려 지역 의사를 양성하고 이들이 대충 진료하는 지역의료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면서 "지방에 있는 국민은 싸구려 의료를 제공받아도 된다는 것이냐"고 목소리 높였다.
오 회장은 "그간 교수들이 보인 지나친 인내와 무관심이 오늘의 의료 사태를 일으킨 배경이 됐다. 이제는 우리 교수들이 분노해야 한다. 2,000명이 아니라 2만명을 증원한다 해도 조용히 인내하기만 할 것이냐"면서 "이제는 분노하자"고 호소했다.
"'좌시하지 않겠다'만으로 안 돼…정부 폭거에서 제자 지키자"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 폭거에 분연히 일어나 항거한다"며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멈추고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고등교육기관 평가 규정을 개정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인증받은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역시 2025학년도부터 당장 중단하고 다시 논의하라"고 했다.
아울러 "의료계와 논의하지 않은 허울뿐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파기하고 불법 증원을 밀어붙이고 의학 교육을 파괴하려는 책임자들을 즉각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제까지의 고통과 굴욕도 모자라 의대 저질 교육과 운영을 목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좌시만 하는 의대 교수'란 이제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며 "더 이상 굴욕을 참지 않겠다. 정부의 폭거에 분연히 일어나 항거하자. 제자를 지켜내고 다음 세대의 건강권을 지켜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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