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22, 암생존자 일상 회복 방안 공유
암생존자 위해 암 관리서비스 확대 필요성 제기
"암 진단 후 외모가 변했거나 영정사진이 될까 봐 사진을 찍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진행된 행사를 통해 암생존자가 사진을 찍는 등 작게나마 사회복귀를 위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국립암센터 정소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은 지난 26일 청년의사·삼정KPMG 주최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센터장은 암을 이겨낸 생존자들을 위해 암관리서비스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암 관리서비스는 진단과 치료 위주에 머물고 있지만 치료를 마친 암생존자의 사회복귀를 도울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치료 후 사회복귀를 위한 후유증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조사한 국내 암종별 5년 생존율에 따르면 지난 1993년부터 2019년까지 암 전반에 걸쳐 생존율이 증가했다. 특히 갑상선암 생존율은 1993~1995년에 94.5%였으나 2015~2019년에는 100% 수준으로 향상됐다. 같은 기간 유방암은 14.4%p 상승해 93.6%로 개선됐다.
정 센터장은 "암생존자들은 통증이 있으면 재발을 우려해 응급실을 찾고, (이런 상황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잠도 못 자고, 우울한 상황을 겪는다"며 "암 치료 후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암생존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목표로 암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의료진으로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진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생존자가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의료진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시행된 행사를 사례로 들어 암생존자들을 사회복귀로 이끈 경험을 소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7월 '암생존자 통합지지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립암센터 외에도 가천대길병원, 충남대병원 등 전국에 13개 의료기관에 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는 암생존자와 가족건강증진,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고 신체·정신 건강, 정보 교육,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서비스가 실시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암생존자 지원을 위해 민간기업들도 협조한다. 한 글로벌 의료기업은 암 생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촬영 스킬을 알려줬다"며 "암 진단 후 외모가 변했거나 영정사진이 될까 봐 사진을 찍지 않는 암생존자들이 있지만 행사를 통해 작게나마 사회복귀를 위한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한윤대 교수는 외과의사 관점에서 암 치료 후 사회복귀가 어려운 원인을 분석했다.
한 교수는 "외과의사 무기는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을 통한 완치를 노린다. 치료가 끝나고 암을 이겨낸 환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며 "수술을 통해 생기는 문제점으로 유방은 림프부종으로 인해 팔이 붓고, 대장암의 경우 장루 주머니를 찰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수술을 통해 신체 구조적 변화와 물리적 후유증이 생기기 때문에 암 치료 후 합병증·후유증 관리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결국 암 치료는 지역사회와 자가관리가 연계돼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야 한다"며 "적절한 수가와 진료 가이드라인 구축, 암 재발에 관한 책심소지 문제 해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는 치료 후 암생존자가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며 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장 기다린다. 하지만 항암치료와 항호르몬으로 인한 피로와 통증, 열 오름 등 어려움을 겪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암 발병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후의 삶을 새롭게 꾸려가야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체력에 맞는 적절한 신체활동, 건강한 식사, 규칙적인 수면이 필요하고 가족과 친구, 지인 등 도움을 주고받는 소셜 서포트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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