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교수 "한방 실손보험 보장 확대되면 의과 비급여 진료 감소”
보험업계, 한의 치료 과학적 근거 부족 지적…“손해율 악화 우려”
한방병원협회 “5세대 실손 성공해야 의사들 필수의료 몰입”
첩약이나 약침 등 치료 목적 한방 비급여를 실손보험 보상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한의계 요구에 보험업계는 "과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일축했다. 건강보험 재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신중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치료 목적 한의 비급여 실손 의료보험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한방 치료에 대한 표준화된 치료 권고안 보급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명한의대 이은용 교수는 “현재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고 치료 목적이 분명한 일부 상병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실손보험에서도 보장하고 있다”며 “비급여에서도 질환별 적정 보장 횟수 또는 상한 금액 등을 설정하면 실손보험 손해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국민 치료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험가입자에게 비급여 이용량에 따른 할증을 적용하고 한의(한방) 의료기관에는 엄격한 윤리규정 적용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 있다”며 “한의계 내부적으로 엄격한 윤리규정을 적용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자정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강력한 제재조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치료 목적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이 의과 비급여 진료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방 치료는 의과 치료와 대체관계에 있다. 한방 비급여를 이용할 경우 의과 비급여 진료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 의료 선택권은 향상시키는 동시에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실손보험 개혁 방안에 따른 5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촉진하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보험업계 “한방 자보 과잉 진료…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우려”
보험업계는 한방 치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과잉 진료 상황을 들어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 확대가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해보험협회 이형걸 장기보험부장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안면 신경마비 한의 임상표준진료지침이 표준 진단 치료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 근거와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기준이 미흡한 상황에서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을 확대하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더 늘 수밖에 없다”며 “비급여 관리 기준 부재로 치료와 보신 목적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실손보험에서 한의과 비급여 특약에 대한 상한액을 정하더라도 남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자보에서 ‘세트 청구’로 이뤄지는 한방 비급여 과잉 진료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기존 사례들로 실손보험 보장에 한방 비급여 편입을 보험업계는 심각하게 경계할 수밖에 없다. 또 한방병원 의과 비급여 진료가 증가하는 상태에서 한의 비급여까지 시행된다면 실손보험이 지속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생명보험협회 김희경 보험계약관리부장도 손보협과 의견을 같이 했다. 중증질환 보장을 확대하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한방 비급여 치료인 약침과 첩약 등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 무작위대조군연구 같은 국제 표준의 임상 연구가 미흡하다”며 “한방 비급여 진료는 진료 범위와 시술 횟수 제한이 명확하지 않아 과잉진료 또는 과잉 청구 남용 의도가 크다. 이런 이유로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확대로) 손해율이 높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을 보면 과잉 진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주사제 등을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시켰는데 범위가 모호한 한방 비급여를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의료개혁과 중증 질환 보장성 확대 방향과도 역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방 비급여 진료가 의과 진료를 대체해 궁극적으로 의과 비급여 진료 감소로 이어질 거라는 한의계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소비자는 의과 진료 후 한방 진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병행 이용할 가능성이 많아 오히려 비급여 진료가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야기될 것”이라면서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은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 확대는 실손보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전현욱 보험상품제도팀장은 “한방 의료 행위에 치료 행위 횟수, 기간, 가격 등에 대한 통계가 있어야 그에 맞춰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한의계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당국이 밀어붙여 (보험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표준적인 진료 기준을 마련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마련되면 이를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의계는 이 정도면 충분히 통제도 가능하고 (실손보험 확대) 준비가 돼 있다고 하지만 다른 측에서는 불안하다고 한다. 인식의 차이가 있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했다.
한방병원협회 “5세대 실손 성공해야 의사들 정신 차리고 필수의료 몰입”
손보협 “객관적 자료 없이 몰아세운다고 상품 만들 순 없어”
한방 비급여 보장을 5세대 실손보험 상품에 포함시켜 기존 가입자도 유입해야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를 해소할 수 있다는 한의계 주장도 나왔다.
대한한방병원협회 박종훈 보험이사는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실손보험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의료개혁 중심에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비급여 실손보험이라는 편한 도구를 갖고 몸값이 높고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분야에서 진료 하는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보험이사는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세련되게 만들고 국민을 설득해 5세대 상품으로 다같이 가야 한다”며 “이렇게 가야만 의료개혁이 일어나는 것 아니겠나. 그래야 의사들도 정신 차리고 필수진료에 몰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박 보험이사는 “5세대 실손보험 상품으로 가입하도록 할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그 메리트로서 한방 비급여가 실손보험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고민해 달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한방 비급여 실손보험 상품 개발을 위한 객관적인 통계 자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보험사를 “압박하고 몰아세워서”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 부장은 “자보는 배상책임 보험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며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보 사기를 줄이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자보에 대한 진료비 심사까지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보 한방 진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를 경험하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말만 갖고 구체적인 통계나 근거 없이 압박하고 몰아세운다고 상품이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품이 1년짜리가 아니다. (가입자들을) 100세까지 보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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