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부사장, 개발 계획 발표 맡아
방사성 동위원소 Ac-225 확보…2034년 제품 출시 목표
“주력 시장은 美…필요 시 현지 생산 시설 활용할 계획”
SK바이오팜이 구체적인 방사성의약품(RPT) 사업 계획과 목표를 공개해 시장의 이목이 모인다.
SK바이오팜은 지난 30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미국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TerraPower Isotopes, TPI)와의 Ac-225(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언급하며, RPT 개발과 이를 위한 핵심 원료 공급의 안정성 확보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밝혔다.
이날 발표를 주도한 SK바이오팜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로, 그가 투자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 활동을 펼친 점이 이번 발표에서 주목받았다.
최 본부장은 “RPT는 기존 항암제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겟팅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SK바이오팜은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유럽 소재 RPT 전문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Full-Life Technologies)로부터 NTSR1(뉴로텐신 수용체)을 타깃하는 RPT 후보물질 ‘FL-091(SKL35501)’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29일 미국 테라파워의 자회사인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와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Ac-225(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c-225는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의 치료에 사용되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뿐만 아니라 다른 RPT 기술에도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이다. SK바이오팜은 이 공급 계약과 연구개발 계획에 따라 오는 10월 중 Ac-225의 초도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 본부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우리는 고순도의 Ac-225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향후 추가적인 파트너십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RPT 시장에서 보여준 성공 사례들을 언급하며, 자사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노바티스는 RPT 치료제 ‘플루빅토(성분명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와 ‘루타테라(성분명 루테튬옥소도트레오타이드)’를 통해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특히 플루빅토는 2022년에 출시된 이후 2023년에 9억8,000만(약 1조 3,088억원)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아울러, SK바이오팜은 글로벌 RPT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2개 이상의 임상 물질과 다수의 전임상 단계 물질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 본부장의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답변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공개됐다.
테라파워로부터 공급받는 Ac-225의 활용 범위와 공급망 안정성을 묻는 질문에 최 본부장은 2상 임상시험까지 Ac-225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후 단계에서는 추가적인 공급원 확보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조달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시아 4개국에 대한 독점 공급권도 확보했지만, 주력 시장은 미국이 될 것이며, 필요 시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이 펩타이드 중심의 바인더(타깃에 결합하는 물질)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논의됐다. 최 본부장은 소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에 대한 SK바이오팜의 전문성이 펩타이드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이를 통해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RPT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 개발과 관련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사업의 상업화와 관련해 위탁개발생산(CDMO)와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됐다. 최 본부장은 “현재 SK바이오팜은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생산의 초기 단계에서 CDMO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생산 비용을 효율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다. 다만, 임상 후반부에 진입하거나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 경우, 자체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 본부장은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개발이 초기 단계인 만큼,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 1상 단계 이후 성과가 검증되면,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이전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는 자체 개발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애널리스트들은 SK바이오팜의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사업이 얼마나 빨리 상업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최 본부장은 이 분야의 개발 단계가 초기인 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2034년까지 첫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간 단계에서 나올 임상 데이터는 학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개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SK바이오팜의 현금 보유 상황과 자본 조달 계획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SK바이오팜이 현재 양호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자본 조달과 관련해 “현재 SK바이오팜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RPT 사업을 포함한 미래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 시 다양한 자본 조달 옵션을 열어두고 있으며, 그에 맞는 최적의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은 이에 대해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RPT와 같은 미래 성장 동력에 과감하게 투자해, SK바이오팜이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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