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가장 많아…검사>대리처방·기록>수술 순
"PA 등 업무 범위 명확화하려면 의대 증원 필요"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24일 간협 회관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결과를 발표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24일 간협 회관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결과를 발표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가 준법투쟁 일환으로 운영하는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5일 만에 1만2,189건이 접수됐다. 가장 많이 신고한 불법진료 행위는 검체 채취 등 검사와 대리 처방·기록이었다.

간협은 24일 서울 중구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결과를 발표했다. 간협은 지난 18일부터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간호사 면허 외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에 대해 익명 신고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4시 20분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은 총 1만2,189건이었다. 신고 대상 병원 중에서는 종합병원이 41.4%(5,04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35.7%(4,352건), 병원(전문병원 포함) 19.0%(2,316건), 의원, 보건소 등 기타 3.9%(475건) 순이었다.

불법진료행위를 지시받았다고 답한 간호사는 9,227명이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수행했던 '불법진료' 업무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로 6,932건이었다(복수 응답). 이어 ▲처방과 기록 6,876건 ▲튜브 관리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 2,112건 ▲수술 1,703건 ▲약물관리 389건이었다.

간호사 업무 범위 외 의료행위를 지시한 사람은 주로 교수였다. 응답자의 44.2%인 4,078명이 교수에게 불법진료행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전공의 24.5%(2,261명), 전임의 11.8%(1,089명), 간호부·의료기관장 등 기타 19.5%(1,799명)였다.

불법임을 알면서 해당 지시를 수행한 이유를 묻자 31.7%(2,925명)가 ‘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위력 관계’ 때문이라는 응답은 28.7%(2,648명)였으며 ‘관습 등 기타’ 20.8%(1,919명), ‘고용 위협’ 18.8%(1,735명) 순이었다. 관습 등 기타의 경우 간호사들이 불법인지 모르고 관습적으로 하고 있었으며, 관련 업무를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게 간협 측 설명이다.

간협이 거부하라고 제시한 '간호사 수행 시 불법인 업무리스트' 외에도 ▲중심정맥관 관리 ▲담당 교수의 구두 처방을 간호사가 EMR으로 처방 ▲간호사에게 인턴 교육 지시 ▲사망환자 사망 선언 ▲의사 ID로 마취약 오더 ▲원내 약사 부재 시 약 조제 ▲DNR 동의서 등도 업무로 지시 받았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간호사들이 응답한 불법진료의 구체적 행위(자료제공: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응답한 불법진료의 구체적 행위(자료제공: 대한간호협회)

응급구조사를 진료지원인력(PA)으로 고용해 침습적 행위를 시키거나 수술실 어시스트로 근무하도록 했다는 사례도 접수됐으며 간호사 이름으로 간호기록지 작성허거나 비의료인에게 수술 보조 등을 맡기는 사례도 있었다.

불법진료행위를 목격했다는 응답자는 총 2,962명이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목격한 불법진료행위도 검사(2,560건)와 처방 및 기록(2,528건)이었으며 이어 ▲수술 1,482건 ▲치료·처치 및 검사 1,441건 ▲튜브 관리 597건 ▲약물 관리 190건으로 나타났다.

간협은 불법진료 신고센터 접수건 중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고자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수사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공익신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실명신고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는 사안이기에 논의 중이라고도 했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처음에는 상급종합병원이나 국공립병원에서 신고가 많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일반 종합병원에서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일반 간호사들이 평상시에 불법진료지시에 노출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최 위원은 “현재 PA 간호사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들이 불법업무지시를 거부하고 있어 병원장·교수와 여러 논쟁이 오가고 있다고 들었다”며 “아직 업무 마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간협 차원에서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PA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위원은 “PA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려면 의사 수 증원이 우선이다. PA 업무와 관련된 연구용역이 진행도고 있어 업무를 나눌 타당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겠지만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의사가 부족해서 그 업무를 대신하는 게 PA이기 때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부회장(왼쪽)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준법투쟁과 관련한 향후 방향을 발표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부회장(왼쪽)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준법투쟁과 관련한 향후 방향을 발표했다(ⓒ청년의사).

간협은 앞서 안내한 불법행위 내역에 대해 일률적으로 불법이라 규정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탁영란 부회장은 "간협이 배포한 '간호사가 수행 시 불법이 되는 업무 리스트'는 복지부가 수행하고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숙의된 2021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관련 1차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다"며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간호사가 개별적 상황에 따라 기소 대상이 되고 본인이 직접 법원에서 유·무죄를 밝혀야 한다. 정부가 추진한 시범사업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간협은 향후 면허반납운동과 연차 투쟁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했다.

탁 부회장은 “근거 기반의 불법진료 업무리스트를 현장에 배포했다”며 “앞으로 불법진료를 지시 받았거나 목격한 것에 대해 회원들이 익명신고를 원하면 수사기관이나 권익위 등 공적기관을 통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했다.

이어 “환자 곁을 끝까지 지킨다는 원칙에 따라 간호사 면허를 활용한 합법적인 연차 파업과 면허증 반납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겠다”며 “지난 19일 출범한 총선기획단도 본격적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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