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6명 부당해고"…법·노무자문센터 운영
김영경 회장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지만 포기 안해"

대한간호협회는 17일 중구 회관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는 17일 중구 회관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는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참여한 간호사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법·노무자문센터’도 운영한다.

간협은 17일 서울 중구 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투쟁 진행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불법진료 거부로 인해 부당해고를 당한 사례가 6건이라고 했다.

간협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부터 8월 16일 오전 11시까지 간협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1만4,593건이다. 이 중 실명이 공개된 의료기관은 386곳으로 이곳에서만 8,493건이 접수됐다.

간협은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한 간호사를 부당 대우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4곳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으며 해당 기관에 대한 근로 감독도 이뤄졌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경북 소재 의료기관 1곳, 경남 소재 의료기관 1곳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간협은 간호사에 불법의료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을 2차로 신고하는 한편 불법진료를 신고한 회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노무자문센터는 이날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법·노무자문센터는 의료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상담과 노무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간협은 지난 6월 22일 간호사에게 불법진료를 지시했다며 의료기관 81곳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진전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간협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7월 6일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7월 18일 ‘협회 대표자가 연락하면 알려주겠다’, 8월 11일 ‘(법률 및 판례 검토를 위해) 81개 의료기관 내용 정리 및 분류 중’이라고 답했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권익위와 노동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현장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회유 혹은 부당해고를 당하는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자 법·노무자문센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여한 현장 간호사들은 준법투쟁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받은 피해 사례 등에 대해 증언했다(ⓒ청년의사).
이날 참여한 현장 간호사들은 준법투쟁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받은 피해 사례 등에 대해 증언했다(ⓒ청년의사).

이날 기자회견에는 준법투쟁에 참여했다가 해고 당했다는 간호사도 참석했다.

경남 종합병원에서 간호부장으로 근무했던 A간호사는 “의사가 작성해야 하는 장기요양 의견소견서를 간호사에게 맡겨 이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지역 보건당국도 그냥 병원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넘겼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후 해고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진료지원인력(PA)으로 근무했던 B간호사는 “간호법을 위한 준법투쟁을 하면서 간호사들이 해서는 안 되는 업무 범위를 확인할 수 있었고, 간호사 본연의 업무를 하기 위해 인턴에게 교육도 시행했다”며 “노사 합의를 통해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에서 책임져 준다는 사항을 포함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C간호사는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불법진료 거부라는 양날의 검을 들고 가장 많은 피를 흘리는 것은 약자인 간호사들이다. 우리의 행위를 보호해 줄 법적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통해 폭력과 차별, 부당한 대우,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예방하고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간협 김영경 회장은 “의료기관장의 불법진료 지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데도 의료기관은 오히려 준법투쟁을 하는 간호사들에게 비난과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며 “정부는 판례 운운하며 상황에 맞게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해석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지금 상황에서 간호사의 준법투쟁인 불법진료 거부는 정부와 의료기관, 그리고 의사라는 거대한 조직과의 싸움"이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현 상황이지만 간호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준법투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 경과를 설명했다(ⓒ청년의사).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 경과를 설명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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