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간호사,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대비 47%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10%는 타 직종서 근무
간협 "간호행위 보상체계 부족이 간호사 이탈로 이어져"

간호사 면허를 갖고 있지만 간호업에 종사하지 않는 유휴 간호사 수가가 매년 급증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행위에 대한 보상체계를 늘리는 등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고 이를 보호할 법적 장치인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협은 지난해 7월 발표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를 토대로 유휴 간호사 수를 집계한 결과를 2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유휴 간호사 수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22만5,426명)의 절반에 가까운 47.2%를 차지하는 10만6,39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휴 간호사 수는 매년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0만2,240명이었던 유휴 간호사는 2019년 10만4,970명, 2020년 10만6,396명으로 연간 2.5%p씩 증가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 유휴 간호사 수가 2만5,770명으로 도내 활동 간호사(4만3,922명)의 절반을 넘는 58.7%를 차지했다. 이어 ▲서울 2만2,005명(5만3,778명 중 40.7%) ▲경남 6,731명(1만4,576명 중 46.2%) ▲부산 6,607명(1만8,961명 중 34.9%) ▲경북 5,546명(9,693명 중 57.5%) 순이었다. 세종시의 경우 유휴 간호사가 988명으로, 활동 간호사 754명 보다 234명 더 많았다.

전국 시도별 비활동 간호사 수(자료제공: 대한간호협회)
전국 시도별 비활동 간호사 수(자료제공: 대한간호협회)

타 직업으로 전환하는 간호사도 매년 늘었다.

간협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타 직종으로 전환한 사람은 4만4,847명이었다. 이는 2020년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43만6,340명의 10.3%에 달하는 수치다. 타 직종에서 근무하는 면허 간호사의 수는 2018년 4만2,480명, 2019년 4만3,493명으로 2년 동안 2,367명 증가했다.

간협은 유휴 간호사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간호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 부족을 꼽았다.

간협은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휴 간호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현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의료정책 등의 문제”라며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인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간호행위의 비중이 낮고, 보상체계도 거의 없다"며 "이에 병원들은 간호사를 고용할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에 간호사를 늘리기보다 병상을 확대와 의료장비 도입 등에만 나서고 있다"고적했다.

병상 수 확대는 곧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증가로도 이어져 결국 간호사들이 임상 현장을 떠나는 주된 이유가 된다는 게 간협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7개로 OECD 평균인 4.3개보다 2.9배나 많다.

간협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병상 수가 많다는 것은 간호사에게 그만큼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한다는 뜻"이라며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보면 명확하다.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환자 24명을 담당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5.4명, 일본은 7명, 캐나다는 4명을 맡는다. 이는 간호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주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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