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의·한 혼합·중첩성 강조…"협진 넘어 융합 사례 나올 것"
"법적인 직역 구분에 의문 제기할 가능성 커진다" 전망
"의료일원화나 법령 강화로는 소비자 피해 못 막아" 우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재판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법조계에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구분을 약화시킬 거란 전망을 내놨다.
법무법인 태평양 최혁용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로법학회 공식 학술지 '의료법학'에 기고한 '한의사의 면허외 행위 판단의 새로운 기준'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기존에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배타적으로 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두 영역의 혼합적이고 중첩적인 성격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면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엄격히 구분했던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한의사 안압측정기 사용을 허용한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뇌파계를 활용해 파킨슨·치매를 진단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 등 이전 판례가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판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관련 기사: [초점] 한의사 초음파기기 허용, ‘치과의사 보톡스’ 나비효과?).
최 변호사는 "대법원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해 한의사도 의사와 더불어 현대 과학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앞으로 의사와 한의사가 진단과 치료 도구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임상의학 차원에서 접점을 찾으면 양한방 협진은 물론 융합 사례를 공유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 역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무면허의료행위인가' 기고에서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구분을 엄격히 관철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새로 발전하는 의료행위는 (의료의) 배타적인 귀속을 주장하기 어려워지므로 이를 (한의사가 사용해도) 무면허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결국 법적으로 직역을 구분하는 게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와 한방의료를 구분하는 것이 의료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고 직역 갈등을 일으킨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법을 개정하더라도 직역 구분 강화보다 그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이 바라는 '한의학의 과학화'를 촉진하기보다 부정경쟁행위와 의료 소비자 보호 문제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해법으로 제기하는 의료일원화나 의료계가 요구하는 면허 관련 법령 강화가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일원화는) 의료와 한방의료를 통합하기 전 면허를 취득한 한의사가 이번 초음파기기 사용 사건처럼 의료행위를 했을 때 의료 소비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며 "한의사가 이미 확립된 한방의료만 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법적으로 의사와 한의사에 차등을 둬야 하므로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 변호사 역시 "면허제도를 기반으로 공급을 제한하면 필연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해를 끼친다"면서 "위해 가능성을 제거하는 데만 집중하면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의료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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