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유일하게 환영하는 직종이 전공의일 것”
연속근무 36→24시간 단축 등 전공의법 개정 요구
주 69시간제를 “노동개혁”이라며 반기는 ‘노동자’들이 있다. 전공의들이다.
정부 발표 이후 온라인상에는 오전 9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새벽 1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는 ‘기절’하듯이 쉬었다가 병원에 가는 일이 반복되는 ‘주69시간 근무표’가 등장할 정도로 거부감이 큰 상태다.
하지만 법적으로 주80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전공의들에게 주69시간은 ‘꿈같은 일’이다. 주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전공의도 52%나 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환영하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주당 최대 52시간인 근로시을 69시간(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담았다. 11시간 연속 휴식이 어려운 경우 최대 근무시간은 주 64시간이다.
이를 두고 ‘노동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전공의 현실에 비춰보면 ‘개혁’이다. 대전협이 지난 1월 공개한 ‘2022년도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들은 일주일 평균 77.7시간을 일하고 있다. 전공의들 중 52.2%는 주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관련 기사: 전공의들, 하루 평균 4시간 자면서 주 78시간 일해).
한국은 전공의 최대 연속 근무시간이 36시간이지만 미국은 24시간으로 제한되며 유럽은 24시간 내 최소 11시간 휴식 보장, 야간 근무 시 24시간마다 8시간 근무 제한을 적용한다는 게 대전협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전협은 주 64시간 또는 69시간제를 환영했다. 대전협 스스로도 “노동시간 최대 64시간 제도를 유일하게 환영하는 직종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뛰었던 전공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대전협은 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들에게 먼저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교육생과 근로자의 이중적 신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주80시간 종용을 정당화하지만 이는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교육시간과 근로시간을 합쳐 주80시간을 적용받는다고 치면 급여 조건은 정당하지 않다.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전공의 외 어느 직종에서 최저임금만 받으며 주80시간을 일하느냐”고 했다.
대전협은 “실제로는 주80시간도 아니다. 4시간에 30분 단위로 휴게시간이 필요하지만 전공의들은 입원 환자, 응급 환자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그런 것은 쳐주지도 않는다”며 “주80시간은 실제로 주104시간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소아청소년과 대란 원인을 수없이 묻는데 원인은 간단하다.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착취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근본 원인”이라며 “전문의 중심 진료가 진행돼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전공의가 없다고 국민 건강을 위한 소청과 진료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지금까지는 전공의를 갈아 넣어 침소봉대 했을 뿐”이라고도 했다.
이에 전공의 4주 평균 근무시간을 주64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서울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에 선제적으로 도입하자고도 했다.
또한 전공의법을 개정해 36시간인 연속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15명 내외로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60병상 당 전담전문의 1명으로 지정 기준을 강화하고 인력 기준에서 전공의 1명은 의사 0.5명으로 평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전협은 “국회와 정부에 우리의 요구안이 담긴 각종 정책제안서를 이미 수차례 제출한 상태”라며 “요구안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전공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와 함께 의료계 발전을 저해하는 타 법안에 대한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저항을 포함한 추가 대응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대전협은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을 반기며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수련병원 내 전공의노조 지부를 설립해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주69시간제를 2030 청년층이 다들 좋아하고, 선진국에서 이미 많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하는 것을 보아 아마 전공의를 지칭하고 병원의 젊은 의사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며 “전공의는 전문직 2030 청년층으로 주80시간제를 주69시간제로 변경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주64시간 또는 주69시간으로 전공의에 대해서 즉각 도입하고 타 직역 2030의 경우 이견이 있는 만큼 우선 전공의에 대해 시행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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