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청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
"전공의 안전망 구축 …병원과 동등하게 대화"

다양한 반응 속에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전공의노조 출범식 포스터(ⓒ청년의사).
다양한 반응 속에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전공의노조 출범식 포스터(ⓒ청년의사).

새 전공의 노동조합을 향한 의료계 반응은 다양하다. 응원과 격려 사이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혹사의 정당화는 끝났다'는 구호에 환호하는 한편 미덥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 직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9월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들이 전국전공의노동조합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청년의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유청준 초대 위원장(중앙대병원)은 "파업이 아닌 전공의 안전망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분명히 했다. '왜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전공의가 연대하며 처음부터 함께 목소리 내야 한다고 봤다"고 답했다.

전공의노조 결성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설립한 전공의노조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후에도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개별 병원 단위 움직임"에 그쳤고,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전국 단위 직종별 노조로 출발했고, "전공의 스스로 '의사이자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의지"도 차별점으로 꼽았다.

전공의노조가 당면 과제로 내건 것은 '근무 환경 개선'과 '법적 권리 보호'다. '전공의법' 개정도 강조했다. 최근 연속근무 시간을 최대 24시간으로 단축했지만, '주 평균 근무시간' 단축에 이르지는 못했다.

지난 23일 전공의노조가 일부 공개한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24% 이상이 주 80시간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주 104시간 근무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정부 '주 72시간 시범사업' 대상 의국조차 약 20%가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위원장이 "법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최근 청년의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유청준 초대 노조위원장은 '전공의 안전망' 구축이 목표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으로 청년의사 주최 좌담회에 참석한 유 위원장(ⓒ청년의사).
최근 청년의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유청준 초대 노조위원장은 '전공의 안전망' 구축이 목표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으로 청년의사 주최 좌담회에 참석한 유 위원장(ⓒ청년의사).

유 위원장은 "여전히 많은 전공의가 '교육이 배제된' 업무를 위해 주 80시간 일하고 있다. 서류 처리나 단순 행정 업무처럼 매뉴얼이 있으면, 꼭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가 상당수"라면서 "이런 영역은 대체인력으로 풀어야 한다. 동시에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 확대로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진료지원인력(PA) 확대로 이어진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는 발상"이라고 했다. 유 위원장은 "이번에야말로 기존 수련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 좋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같아도, 기본권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전공의 권리 보장 요구를 '집단행동 예고'로 읽지만, 유 위원장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삼권은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주어진, 부정할 수 없는 권리"라면서 "우리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을 원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공의노조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출범 2주 만에 전국에서 전공의 3,000명 이상이 참여하며, 가입률 30%를 달성했지만, '이번에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조직의 일관성과 연속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유 위원장은 "집행부 모집과 지부 가입이 중요하다"면서 전공의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처럼 소외된 노동자일수록 노조는 필수적이다. 노조는 갑을 관계인 수련병원과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바꾸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한다. 힘을 보태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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