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마취 전문의 감소로 고용난
연준흠 회장 “마취 수가 정상화 등 수가 가산 정책 필요”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마취 분야 전문의 기피의 원인으로 저수가 환경을 꼽았다. 학회는 마취 수가 정상화를 위한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마취 분야 전문의 기피의 원인으로 저수가 환경을 꼽았다. 학회는 마취 수가 정상화를 위한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전공의 지원자가 몰리는 '인기과'인 마취통증의학과도 고민이 깊다. 마취통증의학과 안에서도 3D 영역에 속하는 소아와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마취 전문의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결과 51개 대학병원에서 정원 170명 모집에 223명이 지원해 경쟁률 1대 1.31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을 마친 전문의들의 발길은 소위 ‘돈이 되는’ 통증클리닉 등 개원가로 향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마취 전문의 고용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마취 전문의 고용난이 가장 심각한 곳은 분만병원이다. 응급분만과 수술 등으로 업무강도가 센 것은 물론 분만병원 특성상 무과실 의료사고 소송이 빈번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아 마취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술기는 더 어렵고 약제사용 제한이 많아 관리가 힘든 게 소아 마취 분야다. 또 출산율 저하로 소아 환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소아마취 분야 교육·수련·경험 기회가 줄어들면서 마취 전문의도 부담이 커졌다.

뿐만 아니다. 소아 환자를 상대하는 동시에 아픈 아이로 예민해진 부모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더욱이 병원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소아 마취 분야로 인력이나 자원 배분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만 마취수가 정상화 등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마취 분야 전공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원인은 마취 분야 저수가 환경으로 꼽았다. 마취 수가 정상화를 위한 수가 가산 등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 회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과도한 당직과 고위험 수술, 소송의 위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개원이 급증하면서 분만병원들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 회장은 “결과적으로 수술에 난항을 겪는 산부인과 병원이 늘어나는 등 분만 인프라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실제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은 최근 5년간 매년 4~7%씩 증가해 10년 전 대비 73.6% 늘었다”고 했다.

연 회장은 “마취 전문의 고용난으로 마취 위험성이 높은 산과(분만) 영역에서 심지어 마취 전문간호사와 같은 무자격자에 의한 마취가 시행되고 있어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매우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어 마취 전문의 기피로 인한 분만병원 등 마취 전문의 고용난 해결을 위해서는 분만 마취수가 정상화 등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학회는 ▲전문의 초빙료 인상 ▲의원과 병원급에 한해 마취 전문의 마취 시 수가 가산을 요청했다.

연 회장은 “마취 전문의 기피 현상과 분만병원 등 마취 전문의 고용난 문제는 저수가와 직결됐다”며 “분만병원의 근무시간과 수당 등 근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마취 전문의가 늘어나도 인력 유입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 회장은 “분만 마취수가 정상화 등 수가 가산이 필요하고 고위험·고난도 수술, 야간 휴일 응급수술 정책가산, 적정보상 강화, 분만 인프라 회복 등에도 마취 수가 가산은 필수”라고 했다.

전통적인 마취통증의학과 진료 분야 외에도 각종 시술과 검사를 위한 진정(sedation) 영역, 코로나19 환자의 수술 마취, 산소요법과 인공호흡기 치료, 수술 전 마취평가 클리닉 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공의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 회장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통증클리닉 유입이 늘면서 부족하게 된 마취 전문의를 보충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수요가 마취통증의학과에 의뢰되고 있어 이에 부응하기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 회장은 “공공병원들이나 필수의료에 참여하는 병원, 비수도권 병원들도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지도전문의와 시설을 갖췄다면 적절한 전공의 정원이 분배돼야 한다”며 “이는 필수의료 인력 양성, 재배치와 확충 방안에도 매우 부합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마취 전문의가 아닌 마취 전문간호사나 진료지원인력(PA)의 단독 마취 행위는 환자 안전을 위해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연 회장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설명의무법에서 수혈, 전신마취의 주된 마취의사, 방법 변경에 대해 환자에게 서면으로 동의 받도록 하고 있다”며 “마취 도중 마취주치의가 변경되는 경우 서면으로 허락 받아야 하는 시대에 간호사가 마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 회장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같은 공간에서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로 약물투여 매뉴얼 등을 통해 PA가 단독 투여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이런 상황은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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