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노조 출범에 국회·양대노총 "전태일 열사 떠올라…연대할 것"
의료계 환영 속 "전문가 책무 양립 가능할까…내부 관계 설정 고민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의원은 전공의법 개정안 발의와 함께 전공의 노동삼권 보장에 힘쓰겠다고 했다(ⓒ청년의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의원은 전공의법 개정안 발의와 함께 전공의 노동삼권 보장에 힘쓰겠다고 했다(ⓒ청년의사).

노동자로서 전공의 권리를 지키고 청년 의사로서 사회와 연대하겠다며 첫 발을 뗀 전국전공의노동조합에 국회와 노동계 성원이 쏟아졌다. 한편으로 전문가로서 책무를 상기하고 의료계 안팎과 관계 설정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14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회관에서 열린 전공으노조 출범식에는 의료계는 물론 국회와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전공의법 개정과 전공의 권익 신장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동생이 의사"라고 밝힌 이용우 의원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지 55년이 지났다. 가장 선진적인 노동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전공의들이 같은 구호를 외쳐야 하는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전공의법은 근무 시간이 주 80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기준이 주 40시간이다. 근무 후에는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전공의법은) 근로기준법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삼권 보장이 전공의의 전문성 향상과 양립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보장해야 전문성과 역량을 제대로 갖출 수 있다"면서 "전공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더 나아가 전공의들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양대 노총도 '환영'…"선배 노동자들, 전공의들과 연대할 것"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수많은 선배 노동자가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격려했다(ⓒ청년의사).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수많은 선배 노동자가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격려했다(ⓒ청년의사).

노동계에서도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동지로서 연대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전공의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에서 55년 전의 전태일 열사가 떠올랐다. 33년 차 간호사로서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여러분 곁에는 먼저 노조를 결성한 선배 노동자가 있다. 여러분이 손을 내밀면 우리 선배 노동자들은 언제든 함께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 신승일 위원장도 연대사에서 "전공의는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 성장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의료를 이끌어 갈 소중한 존재다. 의료노조는 전공의노조의 든든한 동지로서 늘 곁에서 함께하겠다"며 "전공의가 더 나은 환경에서 수련하고 의료 현장의 모든 노동자와 연대해 환자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 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노동자 권익 중요하지만…'전문가 책무' 잊지 말아야" 당부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의원은 전문가로서 책무를 잊지 말길 당부했다(ⓒ청년의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의원은 전문가로서 책무를 잊지 말길 당부했다(ⓒ청년의사).

전공의가 노동자로서 권리 못지않게 전문가로서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국회 복지위 소속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노동은 신성한 것이고 노동자의 권익은 중요하다. 하지만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는 것과 전문가로서 최고의 탁월성을 얻는 것이 완전히 함께 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환자의 안전과 더 좋은 의료를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일어났다면, 그 원래 취지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노조로서 누구와 연대하고, 누구와 협상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 전공의인 이유는 전문가가 되기 위함이다. 이를 가장 잘 도와줄 이들은 기존의 의사와 교수들"이라면서 "처음 가운을 입었을 때의 다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복지위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늘 가슴에 새기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해 달라. 토론하고 이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전공의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의협 김택우 회장은 전공의 수련 당시 병원의 부당 대우에 맞서 전공의협의체를 결성한 경험을 되짚으며 "앞으로 노조원과 교수, 환자, 국민과의 관계 설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노조를 설립하며) 가진 기본적인 마음을 바탕으로 헤쳐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관계 설정 과정에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잘 만들어 달라"고 격려했다.

의대교수협 조윤정 회장은 "전공의노조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한다. 또한 지난 1년 6개월의 고통을 극복하고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들에게 감사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전공의노조가 건강한 의사를 양성하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