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비대위원장-회장 선출 일정, "연속성" VS "구분둬야" 엇갈려
"소통할 수 있는 회장" 원하는 젊은 의사들…"직접 참여를" 목소리도
대한의사협회장이 취임 반년 만에 물러나면서 의료계가 새판을 짠다. 전공의와 의대생 요구대로 임현택 회장이 대의원에게 불신임(탄핵)된 만큼 연이어 들어설 새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집행부 판도에 이들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회장을 원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이에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퇴장했다. 대전협은 임 회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했지만 새 회장과는 "상호 연대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했다.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입장도 비슷하다.
여기에 비대위와 차기 집행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게 대전협 박단 위원장 요구다. 그렇지 않으면 의협과 "전공의 소통에 혼선이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1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마치고 대의원회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비대위원장과 새 회장은 약 한 달 간격으로 선출된다. 비대위원장 임기는 '새 회장 선출 전'이다. 다만 올해 초 활동한 이전 비대위가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임 회장과 마찰을 빚은 만큼 이번에는 비대위와 차기 집행부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A 대의원은 "내일(11일)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하고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취소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잦은 선수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비대위원장이라고 회장 보궐선거 입후보가 제한되지도 않는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 김택우 전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등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그대로 차기 회장 후보자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이날 임총 종료 직후 본인 SNS에 비대위원장 선출을 차기 회장 "조기 선거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하라고 전공의와 소통까지 입에 올린 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교수단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대부분 지역 개원가가 기반인 후보군과 차별화를 두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B 대의원은 "전공의, 의대생과 소통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각 대학 교수 비대위로 이뤄진 게 다반사였다"면서 "교수 비대위원장을 세워 차기 회장과 전공의 사이 다리 역할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또다른 C 대의원도 "이번 위원장은 지명 대신 투표란 점이 걸리지만 오히려 (교수를 뽑아)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의협의 소통 의지를 보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비대위에 전공의 들어올까…박단 합류 전망 속 "이제는 실적 내야"
전공의가 비대위와 집행부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누가 비대위원장 또는 회장이 되느냐'보다 '전공의가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시각이다.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도 임총 후 언론 브리핑에서 "비대위에 전공의가 많이 참여하리라 본다"고 했다. 11일 시작하는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부터 앞으로 의대 정원 문제는 "의대생, 전공의와 협의"해 다루겠다면서 이들 역할을 재차 부각했다.
더 나아가 박 위원장의 새 비대위 합류를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장외 투쟁에 집중하던" 박 위원장이 임 회장 퇴진을 계기로 "의협 내부에 입성할 것"이란 예측이다.
A 대의원은 "전공의가 핵심이라지만 의료계를 대표하는 법정 단체는 어디까지나 의협이다. 그러니 박 위원장도 계속 임 회장을 내보내라고 요구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의료계가 다시 '단일대오'를 갖췄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박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의협 비대위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D 대의원도 "박 위원장 본인이 말한대로 의협과 대전협의 연대 차원에서 비대위를 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전 비대위에서도 박 위원장은 위원 중 하나였다. 비대위원으로서 활동을 안 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D 대의원은 "상징성이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실적'을 낼 때다. 시간이 정말 없다. 회장까지 탄핵했으니 더 물러날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 의료계가 함께 모여 정부를 뒤바꿀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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