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이주호 장관 “민감한 자료 유출돼 갈등 촉발 우려”
김영호 교육위원장 “자료 줄 듯 국회 갖고 조롱하고 농락”

16일 열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는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이 파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사진출처: 국회방송 유튜브 캡쳐).
16일 열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는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이 파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사진출처: 국회방송 유튜브 캡쳐).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 근거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가 교육부에 요구한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이 파기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16일 오전 개최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의대정원배정심사위에 대한 교육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다. 당초 배정심사위원장은 증인 명단에 올랐으나 여야 간사 합의에 따라 교육부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제외된 바 있다.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구성은 정부 방침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청문회에 성명불상 위원장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건으로 배정심사위 회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여당 간사와 교육부는 약속했다”며 “그러나 자료 제출 기간이었던 지난 13일 배정심사위는 비상설·비법정위원회라는 이유로 회의록 의무 작성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5시경 교육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내용이 미흡해 "추가 보완 자료를 재차 요청했으나 참석 위원들의 전원 동의를 구해 배정심사위 협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 의원은 “불투명한 운영과 부실한 절차로 논란이 된 배정위에 대해 계속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의료혁신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국민 불신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국회의 거듭된 자료 요청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교육부가 청문회 직전 자료 제출 과정에서 배정심사위 회의 자료 파기를 통보한 사실에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는 계속됐다.

교육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배정위원회는 중요 회의였다. 당연히 기록을 남겨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 하에 내용을 파기했다는데 그렇다면 지난 번 (국회가) 자료 요청을 했을 때 (파기했다는) 그런 말은 없었다. (자료를) 줄 듯 말 듯 하면서 국회를 갖고 조롱하고 농락한 것 아닌가. 파기 됐다고, 내용이 없다고 당시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기록물을 무단으로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록물을 폐기하려는 경우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배정심사위 자료는 공공기록물로 남겨져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파기한 건가. 무엇이 두려워 파기를 했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배정심사위 구성 이후 3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고 회의에 대한 최종 결과물은 정리해 지난번 법원에 제출한 자료와 동일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며 “의사결정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됐던 자료들 중 지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자료를 보존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폐기)를 했다”고 답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며 "혹시라도 그런 자료가 유출돼서 이게 갈등을 더 촉발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실무진의 우려가 컸다"고 했다.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 자료 與 ‘충분’ vs 野 ‘부실’

그러나 교육부가 제출한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 회의 자료를 두고도 여야 간 의견은 갈렸다. 여당은 교육부가 제출한 배정심사위 회의 자료가 부실하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 의대 정원 배정 기준 등 핵심을 잘 갖췄다며 교육부가 충분히 협조했다며 두둔했다.

교육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임의적인 기관에 대해서는 속기록과 회의록을 남길 의무는 없다”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배정심사위에서 2,000명 인원을 30여개 대학에 나누는데 그 기준이 있었는지, 그 기준이 합당하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교육부가 제출한) 문서에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추가적으로 이 기준들이 잘 지켜졌는지 안 지켜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그 자료에 한해 (교육부가) 추가 제출해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문제를 좁혀 가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野 “의대 정원 배정 의혹만 더 커져…폐기 과정 밝혀야”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제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배정심사위 첫 회의 당시 충북도청 보건담당 국장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대 정원 배정 과정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충북의대는 입학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지난 3월 15일 (배정위) 첫 회의를 했는데 충북도청 보건복지 담당 공직자가 참여했던 것으로 나온다”며 “정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특정 광역자치단체 공직자가 참여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충북도지사 의중으로 참여를 하게 된 것 같고 그 결과 충북도 소재 대학 2곳의 의대 정원이 무려 211명이나 증원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시 왜 그 (위원회) 안에 광역자치단체 공직자가 참여를 하게 됐는지 그런 내용들이 그 자료 안에 나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며 “그런데 해당 자료가 폐기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문제제기 할 수 있다. 또 5월 이와 관련한 법원 심의가 있었는데 당시 제출된 자료와 동일한지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배정심사위 회의록 문제와 관련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교육위에서 처음 (자료) 요청을 할 땐 교육부에서 그런 말이 전혀 없었다가 오늘 처음 나온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폐기했는지 등 위원장이 명확하게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위는 교육부 자료 폐기에 대해 법적으로 따져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교육위는 교육부에 오후 청문회 시작 전까지 의대 정원 배정위 자료 폐기 시점을 정리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복지위원장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정부가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어떤 자료를 토대로 했는지 사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의도야 어쨌든 그런 결과를 야기했고 전반적으로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검증 불가능으로 인한 신뢰도 저하 문제들이 발생했다. 입장 바꿔놓고 민주당 정부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가만히 있겠냐”고 되물었다.

박 의원은 “이런 일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준엄하게 경고해 달라”고 했다.

이에 김 교육위원장은 “이 문제를 법적으로 따져서 문제가 있다면, 또 그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한편, 청문회 참고인 가운데 ▲홍원화 경북대 총장 겸 의대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서울의대 이승희 교수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가천의대 전용순 학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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