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료계 모두 "현재 문제 해결책 없다" 비판
"지금 환자와 의료진 도울 방법부터 시작해야"
이재명 정부가 연일 지역·공공의료 확충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지역 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관련 정책 논의도 단편적인 수준에 머문다는 비판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관에서 열린 '환자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수련 시스템 개선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 후로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할 뿐, 실질적인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환자들은 지난 1년 6개월 의정 갈등을 거치며 지쳐버렸다. 과거와 비교해서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열악해졌을 뿐"이라면서 "(지역의료가 살아나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환자가 지역 병원을 가고 싶어도 당장 지역 병원 필수의료과는 전공의 복귀율이 10%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지금 어떤 처지고,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거치지 않는 한 (의료계와) 정부가 제안하는 개선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환자 중심 의료를 논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논의도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현재 의료 공백 해법 없는 의대 신설 주장은 포퓰리즘
의료계에서는 '10년 뒤'를 보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부터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지역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지역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의 진료 환경 개선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서울의대 신경외과 하은진 교수는 "인센티브를 주거나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의료 인력을 규합해 현재의 지역 의료 공백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제도가 더 필요하다"면서 "지금 지역 의료진들은 휴일도 없이 혼자 24시간 진료실을 지키다 지쳐서 (지역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병원마다 한두 명씩 의료진이 있기보다는 질병이나 권역 특성에 따라 한 기관에서 다수 의료진이 근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민간 주도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 재원을 투자해 규모의 경제와 인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 근무 환경도 개선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진료 선순환은 교육수련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의사를 배출하는 환경이 마련될 거라고 했다.
하 교수는 "분산됐던 지역 의료진이 한 곳에 모이면 진료 여건도 개선되고 교육에 투자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들도 단순 인력으로 소모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하 교수는 "물론 입시 제도 개선 등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추고 지역 주민을 돌보는 의사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지역의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서울 강남 지역, (경제적) 상위층 등 한정된 계층에서 집중적으로 의사가 배출되는 것은 환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 공백부터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부터 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그저 공공·지역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선거를 의식해 무의미한 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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