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박형욱 법제이사 "법적 흠결 심각" 지적
"간호사에게만 특혜…현장 갈등 극대화 우려"
간호법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다시 돌아갔지만 그 내용 자체에 법적 흠결이 많아 폐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호사에 대한 의무 조항과 처벌 조항이 간호법과 의료법에 흩어져 있어 면허관리나 제재가 힘들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법제이사는 18일 의학회 E-뉴스레터에 기고한 ‘간호사특권부여법은 폐기돼야 한다’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는 간호법이 간호사를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유지하며 간호사만을 위한 별도의 조항을 만들어 특권만 부여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원래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를 의료인이라는 범주로 묶어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관련 조항 상당수를 복사해 짜깁기했다"며 "따라서 의료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별도 개정안을 발의한 게 아니라 간호법 부칙으로 의료법 조항을 개정했다. 양 손의 떡을 쥐고 둘 다 놓지 않겠다는 극도의 이기주의적 모습”이라고 말했다.
법적 조항 문구를 통해 보건의료 직역과 달리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간호법에는 간호사 처우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종 기관과 시설의 장이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특정 직종을 위해 민간기관에 지원을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다는 것.
박 이사는 “법에서 처우 개선은 통상 ‘노력하여야 한다’는 수준으로 기술된다. 더욱이 민간기관에까지 특정 직종에 대해서만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보건의료현장에서 갈등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법의 간호사 규제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도 했다. 간호법에 의무조항만 있을 뿐 제재조항은 의료법에 남겼는데, 의료법으로도 간호사를 제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서 의료인은 3년마다 실태와 취업 상황을 보건복지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간호법 부칙에는 의료법 제25조에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인만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에 대한 신고 의무는 간호법에 규정했다.
의료법 제66조 제4항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인이 제25조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신고할 때까지 면허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호법에 의해 간호사는 의료법 제25조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사가 제25조와 관련된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제재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간호법에는 의료법과 달리 처벌 규정이 없다. 간호사 의무를 간호법으로 옮겼지만 이를 위반할 시 간호법이나 의료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 의무 조항과 제재 조항을 별도 법에 따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기이한 입법”이라고 했다.
입법 과정에서도 정당한 절차를 무시해 위헌성이 있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간호법을 통과시켰다. 제대로 법안 심사가 이뤄질 리가 없다”며 “결국 본회의 직전에 결격사유 조항을 다시 수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흠결이 많다”고 했다.
이어 “간호사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법은 보건의료현장 갈등을 극대화하며 간호사 의무와 제재를 다른 법에 규정하는 것은 규제의 흠결을 초래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위해를 막기 위해 간호법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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