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노총 "의사 독점 깨려면 간호법 제정해야"
현장 간호사들 "간호법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간호사들이 국회대로를 가득 채웠다. 특히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참석해 대한간호협회에 힘을 실어줬다.
간협은 12일 국회대로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 한마당’을 열었다. 전국에서 온 간호사와 간호대생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은 한 목소리로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시민단체와 양대 노총 소속 보건의료 노동조합은 연대발언으로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정·당 간담회에서 나온 중재안을 규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은 “의료법은 지나치게 의사 독점주의로 돼 있어 의료현장의 변화와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 그 결과 의사가 부족해 의사 업무를 다른 직종이 대신 하는 불법의료가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위원장은 “의료수가체계도 의사에게 편중돼 있다. 우리나라 의사 임금은 간호사 보다 5~6배, 간호조무사 보다 7배 높으며 OECD 국가 중 가장 격차가 크다”며 “모든 직역이 공정한 분배와 협업을 통해 최고의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법은 지나친 의사 직역 중심주의를 깨고 모든 직역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정의 법이자 국민돌봄법의 출발”이라며 “이후 다른 직역이 의사 독점을 깨며 지위 향상과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그 어떤 법을 만들더라도 간호법과 같이 똑같이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신승일 위원장도 “대한의사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떼를 쓰며 간호법이 통과되면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파업은 노조만이 할 수 있는 헌법상 단체행동권이다. 의협이 추진하는 것은 불법적인 진료 거부이자 집단 휴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여야가 모두 약속한 간호법을 의협의 눈치를 본다는 이유로 ‘간호사처우법’으로 바꾸고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간호법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겁박하는 게 말이 되는가. 국회와 정부는 의협의 직역갈등 조장에 현혹되지 말고 간호법 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강주성 대표는 “간호법은 간병과 돌봄이 필요한 장애, 환자, 노인을 위한 법”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민당정 간담회에서 간호법의 지역사회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빼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간호법이 맞는건가. 끝까지 간호법이 제정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장 간호사들도 연단에 올라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라도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했다.
12년차인 정지은 간호사는 “간호사는 ‘터미네이터’가 돼야만 주어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수 있다”며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호소하는 것은 간호사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의 권익도 돌아봐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박인애 간호사는 “현재 일부 보건의료단체는 간호사를 죄인 취급하며 간호법 제정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간호사의 마지막 염원을 저버리지 말아주길 바란다. 내일(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9년차 전슬미 간호사는 “‘탈임상은 지능 순’이라는 말도 있다. 현재 임상에 남아있는 간호사들이 바보라 남아있는 게 아니다. 내가 그만두면 간호사가 부족해져 환자들이 더 먼 병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들이 ‘의료 봉사자’가 아닌 ‘의료 전문직’으로 남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경북에서 근무하는 정은영 간호사는 “지방병원에선 의사 수가 부족해 의사가 해야 하는 설명이나 처치를 상호 묵인 하에 간호사가 하고 있다”며 “간호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결코 붕괴되지 않으며 간호사가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저지르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간협의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마다 울려퍼지던 노래 ‘간호법이 필요해’를 작곡·작사한 경북보건대 간호학부 이상순 조교수와 노래를 부른 가수 유하나 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이 교수는 “간호법이 제정돼 이 노래가 잊혀 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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