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간호법 제정 촉구 행사에 2만여명 집결
"처우 개선과 불법의료 근절 위해 간호법 필요"
쏟아지는 장대비도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간호사와 간호대생 2만여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대한간호협회는 5일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 한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간호사와 간호대생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우비를 입고 참석했다.
간협은 지난 3일부터 매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이번 행사는 기존 집회와 달리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협 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연단에 올라 발언하기보다는 첫 줄에 서서 행사에 참여했다.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과 ‘부모돌봄법’이라는 문구가 담긴 파란색 카드를 들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보였다.
이날 발언에 나선 현장 간호사와 간호대생은 한 목소리로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법을 제정하라고 했다. 부당한 지시로 타 보건의료직역의 업무를 맡게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민경 간호사는 “간호사는 흔히 백의의 천사라 불리지만 실상은 100가지 일을 해야 하는 ‘100일의 전사’가 돼야한다”며 “게다가 간호사 대부분이 여성인 만큼 모성보호가 돼야 하지만 임신·출산휴가도 어려운 실정으로 결국 일찍 사직하다. 한국 간호사의 평균 연령이 28.7세인 반면 미국 간호사의 평균 연령은 45세”라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간호사는 의료법에 의해 불법 의료로 내몰리고 있다”며 “의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 간호사들이 의사 신분증으로 환자가 먹을 약을 대신 처방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인건비 절약을 위해 방사선사를 고용하지 않아 간호사들이 엑스레이 촬영까지 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환경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의 간호사 업무 내용과 동일하기에 단독 개원이나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할 수 없다”며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가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국민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부산 지역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이형민 간호사는 “내가 맡는 환자만 10명에서 최대 20명까지 넘어간다. 이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식사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아꼈다”며 “게다가 간호사의 일은 환자를 간호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검사를 하거나 병원이 시키는 다른 일도 해야 했다”고 했다
이 간호사는 “간호법은 간호사만의 이익을 위한 법이 아니다. 보건의료직역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명시해 반대 단체들이 부르짖는 타 업무 영역 침해로 인한 다툼이 생기는 법이 아니다"라며 "간호사는 간호사의 업무인 간호만 성실히 하고 싶다. 국회의원들은 반대 단체의 의견에만 휘둘리지 말고 간호법의 장점을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임간호사로 근무하는 기현진 간호사도 "전문 의료인인 숙련된 간호사가 양성돼야 적절한 간호 돌봄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간호 돌봄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지 못 하고 있다"며 "그래서 간호법이 필요하며, 간호법을 돌봄법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 간호사는 "이제는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고령화 시대 곳곳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방치와 폭력 돌봄이 아닌 맞춤 돌봄, 안심 돌봄을 통해 고령의 부모로 인한 가족 갈등과 고민을 멈출 수 있다. 가족행복법인 간호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원광보건대 간호학과 전수희 학생은 “간호사 친구 중 한 명이 ‘그만두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며 병원을 퇴사한 후 결국 간호 업무와 무관한 일로 전직했다”며 “대한민국은 간호사에게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라고 수십년 째 강요할뿐 환경을 개선해 주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학생은 “억울하면 대기업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간호사는 로컬 병원이나 ‘빅5’ 대형병원이나 환경이 열악한 것은 똑같다”라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 환경이 개선돼 간호사가 오래 근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양성된 숙련 간호사가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간호사가 버티다 떠나는 것이 아닌 숙련 간호사로 국민 곁에 남게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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