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선고…대법, 파기환송
"급성 장염 진단 후 치료 과정에 과실 있다 볼 수 없어"
"하루 만에 패혈증 사망, 의사가 예견하기 어렵다" 판단
급성 감염증 의심 환자를 그대로 귀가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 내과 전문의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은 내과 전문의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기소된 내과 전문의 A씨는 고열 등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B씨의 백혈구수와 염증 수치(CRP)가 정상보다 높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급성 장염으로 판단해 대증적 처치만 하고 귀가시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환자 사인은 패혈증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검찰은 내과 전문의 A씨가 사건 당일 환자 B씨가 고열과 복통, 설사 등 증상을 호소하며 두 번이나 내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환자가 첫 번째 내원했을 때 A씨가 일반혈액검사 결과만 확인하고 "일반화학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돌려보낸 사실이 문제가 됐다. 또한 같은 날 환자의 두 번째 내원에서 검사 결과나 환자 상태를 봤을 때 "급성 감염증이 의심됐지만" 이번에도 "대증적 처치만 하고 환자를 귀가시켰다"고 했다.
이 사건 1심은 업무상 과실을 인정해 내과 전문의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원심(2심) 재판부는 A씨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사망한 환자는 일반혈액검사와 일반화학검사에서 급성 감염증이 의심돼 원인 규명이 필요한 상태였다. 내과 전문의 A씨는 환자를 입원시켜 혈액 등 배양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수액요법과 경험적인 항생제 요법 등 일반적인 급성 감염증 치료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런데 A씨는 일반화학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에 대한 대증적 처치만 하고 귀가시켰다"며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고 1심 유죄 선고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내과 전문의 A씨 진료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환자 상태 악화를 예견하기도 어려웠으리라 봤다.
의사의 진단상 과실을 다룰 때도 "비록 의사가 완전무결한 진단은 할 수 없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이뤄지는 수준 안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 윤리와 의학지식에 기초해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해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고자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내과 전문의 A씨가 환자 B씨를 급성 장염으로 진단했는데 "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대증적 조치를 의료상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CRP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환자를 입원시켰어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환자는 패혈증, 패혈증 쇼쿠 등 증상이 나타나 하루 만에 사망할 정도로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됐다"며 "A씨가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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