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누구한테 보고 받나”, “현실 인지 능력 떨어져”
이준석 의원 “낙수의사론, 솔직하게 망했다고 시인하라”
의대 교수들 “의료 망쳐 놓고 개혁 운운, 증원 멈춰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 현장에는 문제가 없다며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 현장에는 문제가 없다며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을 두고 “현실 부정”이라는 비판이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쏟아졌다. 의대 증원 정책이 촉발한 의료 대란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30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진행된 의원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전날(29일) 진행된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 대해 “오만과 독선의 자화자찬 말잔치”라고 혹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파탄난 민생과 의료대란, 경제 위기와 안보 무능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동문서답했다”며 “추석 의료대란 현실화 가능성에 국민 걱정이 태산 같은데 당당하게 현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대통령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것인지, 누구한테 어떤 보고를 받길래 저리도 당당한 것인지 궁금해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뺑뺑이 돌다 죽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에서 결의문 발표하고 “윤석열 정권 오만과 독선의 폭주 2년 4개월 만에 대한민국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료대란에도 정부는 속수무책, 국민의 생명이 위험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총체적 위기이자 혼란”이라며 “파탄에 놓인 민생을 되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총체적인 현실 부정이다. 현실 인지 능력이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응급실 뺑뺑이 사태에 (윤 대통령에게) 전혀 문제없다고 보고하거나 얘기한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대 독재자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보면 상황 인식이 국민과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보고자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집권자 자체의 현실 인식, 현실을 보려는 노력과 태도 문제가 작동한다”고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 차원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또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기계적으로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해 왔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서는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놓고 토론하자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한 대표가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 “낙수의사론, 솔직하게 망했다고 시인하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솔직하게 망했다고 시인하면 된다”고 했다. “아무 대책도 없이 낙수의사로 해보려다가 망했다고 시인하면 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대통령이 응급의료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 발언을 “유체이탈”이라고 비판하며 “낙수변호사론이 동작하지 않는 상황에서 낙수의사론 하나로 이렇게 됐다. 낙수가 본질인데 무슨 처우를 개선하느냐”고 했다.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한 이면에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의사들 돈 많이 버는데 어떻게 손봐야 되는 거 아니냐는 기본 정서를 따라 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가 표를 받아보려고 했는데 안되는 것 같다. 표도 못 받고 망한 것 같다. 그러니 내가 결자해지하겠다’ 이게 본질이 돼야 하는데 무슨 계산을 하고 들어간 것처럼 얘기하니 답이 안나온다”며 “초반에 의사들 때리면서 지지율 오른다 싶으니까 브레이크가 없다. 국민이 싫어할 만한 집단들을 하나씩 때리고 가는데 금세 종말점이 온다”고 말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방송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낙상으로 찢어진 이마를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맸다는 얘기를 거론하며 “일부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빠르게 못 받았었는데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해서 전국이 똑같아졌다. 어떤 면에서는 평등하게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의대 교수들 “증원된 채 수시 시작하면 한국 의료는 희망도 없다”

의료계도 윤 대통령을 성토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30일 입장문을 윤 대통령을 향해 “한국 의료를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려 놓고 아직도 개혁을 운운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을 보면서 “IMF 사태 20일 전까지 외환위기는 절대 없다고 장담하던 1997년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전의비는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의료대란이 지방과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적인 의료붕괴가 시작됐다”며 “의사들 때문에 의료위기가 왔다고 매일 브리핑하고 광고하더니 오히려 지금은 응급의료나 지방의료에 문제가 없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의료현장에 방문해서 응급, 중증 환자들의 절규를 들어 봤느냐”고 했다.

이어 2025학년도 대학입학 수시전형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의료를 살릴 시간이 있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철회하라고 했다. 전의비는 “오는 9월 9일 수시가 시행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된 채로 입시가 진행되면 더 이상 한국 의료는 희망조차 없어진다”며 “IMF는 4년 만에 이겨냈지만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교육부가 망쳐버린 한국 의료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의비는 국회에는 국정조사를, 법원에는 의대 2,000명 증원 효력정지 결정을 촉구하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전념할 수 있게 의대 증원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일선 의료기관에 가봐야 한다. 아니면 직접 119 구급차를 타보길 권한다”며 “대통령은 응급실을 지키는 헌신적인 의사들은 언급하면서 그 당사자들이 위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과로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최종 치료를 제공해야 할 배후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대는 당장 내년에 7,500여명을 가르칠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국가가 나서서 의사의 질을 떨어뜨리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전의교협은 “대통령은 의대 증원이 이미 끝난 것 같이 얘기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잘못된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파행은 대통령 임기 3년을 버틴다고 그 영향이 끝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근거 없는 증원 정책을 멈추고 학생과 전공의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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