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119 병원 선정 권한 보고서에 반발
“응급실 수용성 개선이 우선…근본 문제 해결 안 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주장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응급실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 없이 수용을 강제하면 환자 사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수용곤란 고지 지침 쟁점과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를 발간한 국회입법조사처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보고서는 현장 상황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잘못된 방향 제시”라며 “이를 토대로 한 입법이 이뤄진다면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무너져가고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119구급상황관리센터나 119구급대의 병원 선정 권한이 없어 병원 전 환자 이송이 지연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잘못된 생각”이라며 “수용을 강제할 경우 ‘이송 전 지연’은 없어지고 119는 편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라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표준지침(수용곤란 고지 지침)’을 배포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전제 조건이 우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3대 전제조건으로 ▲상급병원 과밀화 해결 ▲최종치료·취약지 인프라 개선 ▲법적 위험성 감소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법률 개정은 적절한 취지가 있어야 하며 혜택의 주체가 확실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응급실 강제수용을 위한 법률개정안들은 응급실 환자수용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아무 응급실이나 밀어 넣어 이송지연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부적절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응급실 수용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환자 수용결정 또한 진료의 일부분으로 전문적인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순간 응급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의사회는 의료 현장이 동의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응급환자 수용은 진료의 일부로 현장 책임 전문의가 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아무리 통합정보체계를 수천억원을 들여 추가로 구축한다고 해도 현장의 모든 상황을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응급환자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보고서를 현장이나 전문단체와 아무런 사전교감인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론 낸 국회입법조사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법률이 개정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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