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1항 삭제 요청
“응급환자 진료 거부 못하도록 병원 의무 강화해야” 주장
119구급대원이 의료기관에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 확인없이 이송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됐다.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송이 지체돼 ‘골든아워’를 놓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0월 30일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1항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동의 안건으로 올랐다. 해당 안건은 3일 현재 1,104명의 동의를 얻었다.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응급환자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청원인 김모 씨는 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 확인 절차가 “병상 관리 효율과 응급실 과밀화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응급환자 생명을 지키기보다 신속한 이송과 처치를 지연시키는 제도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김모 씨는 “응급의료는 단 몇 분이 생사를 결정짓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구급대원이 병원에 연락해 수용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병상 부족이나 의사 부재, 관할 외 지역 등을 이유로 거부하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가 지연되고 사망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해당 응급의료법 조항이 구급대원의 전문 판단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모 씨는 “응급환자 상태와 현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구급대원이지만 병원 행정적 판단이 우선되면서 현장 전문성과 자율성이 무력화되고 있다”며 “행정 절차가 현장의 생명 판단을 대신하게 돼 응급의료체계 핵심 가치인 신속성과 현장 대응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EMTALA(Emergency Medical Treatment and Labor Act)’ 같은 응급의료법에서는 병원이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으며 영국과 일본 역시 응급환자 즉시 수용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이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구급대원 허락을 받아야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1항 삭제를 강력히 요청한다. 구급대원이 수용 여부 확인 절차 없이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병상이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응급의료기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가 주도의 응급전원조정센터를 설치해 전국 병상과 의료인력을 실시간 관리함으로써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병원이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병원 문 앞에서 생명을 잃는 현실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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