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병원, 복지부 상대 소송 1심 승소
"환자 수용 여력 넉넉했다고 보기 어려워"
法 "우선 수용했으면 처치만 지체됐을 것"
지난 2023년 3월 발생한 대구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사건으로 행정처분 받은 계명대동산병원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했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앞서 행정소송에 나선 병원들이 배후 진료가 불가능했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패소한 것과 정반대 결과라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계명대동산병원 운영 재단인 학교법인 계명대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과 시정 명령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소송 비용도 복지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 “배후진료 안돼 응급환자 수용 거부? 일단 받고 판단해야”
배후진료 안 돼도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대구 병원 최종 '패소'
"배후 진료 불가? '정당 거부' 아냐"…대구 병원들, 잇따라 패소
계명대동산병원은 사건 당일 오후 3시 6분경 4층 높이에서 추락한 A양의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119구급대에 '외상외과와 정형외과가 다른 중증외상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후 오후 3시 53분경 다시 A양 수용이 가능한지 유선 문의하자, 이번에도 "다른 외상 환자 수술로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양은 오후 4시 29분경 심정지가 발생해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졌으나 오후 6시 27분경 저혈량 쇼크 추정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5월 복지부는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병원이 환자 수용 능력 확인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했다며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계명대동산병원이 "응급실 수용 능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수용을 거부했다"고 봤다. 119구급대가 두 번째로 연락한 시점에 "응급실 28병상 중 13병상이 가용 상태였고 응급실 근무 의사도 4명이었으며, A양 수용을 거부한 이후 1시간 동안 계명대동산병원을 찾은 응급환자는 4명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A양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 알기 어려운데도, 다른 외상환자 수술을 시작한다는 이유로 수용 거부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法 "'다른 외상 환자 수술'로 수용 거부 정당"
법원 판단은 달랐다. 당시 상황을 살펴봤을 때, 계명대동산병원이 '정당한 사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사고 당일 계명대동산병원은 A양에 앞서 오토바이 사고 환자와 추락 사고 환자를 수용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119구급대가 A양 수용을 두 번째로 요청하기 직전인 오후 3시 18분경 추락 사고로 심정지 상태인 환자를 수용해 의료진 10여명을 투입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이 환자는 약 9분 뒤인 3시 27분경 사망했다.
오후 3시 28분경에는 오토바이 사고 환자가 수술실로 옮겨졌다. 이 환자의 수술은 이날 오후 7시 15분경 끝났다. 외상외과 전문의 2명과 정형외과 전문의 2명이 수술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오토바이 사고 환자 수술에 계명대동산병원 외상외과 전문의 전원이 투입됐다. 수술을 마친 오후 7시 15분경까지는 다른 중증외상환자 수술 진행이 어려웠다"면서 "응급실 담당 의사 1명은 오후 4시 44분경까지 추락사고 사망 환자의 장기 기증 절차를 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계명대동산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과 전공의 2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전공의들은 근무를 시작한 지 3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온전한 가동 인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 더해 응급실 28개 병상 중 15개 병상에 환자를 수용했으므로 "당시 응급실 중증 구역 내 의료진 여력이 넉넉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소 빠듯했을 것"이라고 봤다.
"환자 상태와 필요한 처치에 대한 판단 정확했다"
A양을 '우선 응급실에서 수용했어야 한다'는 복지부 판단도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추락 사고는 중증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응급의학과의 일시적인 처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배후과 전문의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A양은 계명대동산병원이 수용을 거부하고 34분 뒤 심정지가 발생했고, 2시간 30분 뒤 사망했으므로 결과적으로 긴급한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였을 것"이라고 본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계명대동산병원 의료진은 구급대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만으로도 A양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한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토대로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본 것 역시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계명대동산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유선으로만 정보를 제공받아 'A양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 알 수 없었다'고 전제해 '정당한 수용 거부 사유가 아니다'라고 본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복지부 주장대로 수용했으면 시간만 지체됐을 것"
가용 병상과 의사 인원을 기준으로 한 응급실 수용 능력만 보고 환자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당일 응급실에 근무 중이던 전문의 모두 응급의학과였는데 "일반적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응급 조치 외 복부 수술이나 두부·척추·흉부 외과 수술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오토바이 사고) 환자 수술에 투입된 (외상외과와 정형외과) 의료진을 제외한 나머지 응급실 의료진만으로 A양에 대한 긴급한 수술적 처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했다.
복지부 주장대로 응급실 수용 능력만 보고 A양을 수용했다면 "응급실 병상에서 바이탈 유지 등 조치 정도는 할 수 있어도 결국에는 유선으로 (119구급대 수용 요청을 거부한) 판단과 동일하게 (응급실 현장에서도)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복지부 주장대로 A양을 수용했다면) A양은 선행 수술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추가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대기하거나, 즉시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됐을 것이므로 오히려 수술 받는 시점만 더 지체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응급실 수용 능력만을 기준으로 환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면, 오히려 A양의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결과를 불러왔을 것이다"라면서 "계명대동산병원 의료진이 즉시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도록 한 것은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보나 결과를 보더라도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계명대동산병원에 대한 행정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면서 복지부 처분을 모두 취소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다)가 사건을 살피고 있다. 오는 25일 항소심 첫 번째 변론이 열린다.
관련기사
- 법원 “배후진료 안돼 응급환자 수용 거부? 일단 받고 판단해야”
- 응급환자 수용해도 처벌, 미수용도 처벌…"어쩌란 거냐" 응급실 탄식
- 배후진료 안 돼도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대구 병원 최종 '패소'
- "배후 진료 불가? '정당 거부' 아냐"…대구 병원들, 잇따라 패소
- '응급실 뺑뺑이' 논란 “전공의에 책임 지우면 해결되나”
- “응급환자 수용 거부 처벌 전에 경증환자부터 제한하라”
- ‘대구 구급차 10대 사망사건’ 4개 기관 행정처분
- 응급의학醫 “응급실 뺑뺑이 해법이 ‘강제수용’? 사망 늘 것”
- "최종치료 불가한데 '응급실 뺑뺑이' 치부…바보 같은 정부" 직격
- 응급의료체계 붕괴 ‘진행형’…지난해 응급실 수용곤란 88% 증가
- 계명대 이어 경북대병원도…法 "복지부, 외상센터 시정명령 취소하라"
- 응급환자 '수용 거부' 처분 병원들, 법정 다툼 '계속'…1심 엇갈린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