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醫 "'뺑뺑이' 막는다고 응급의학과 버리는 카드로"
국민 동의 거쳐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전문가 목소리 듣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문제를 지적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청년의사).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며 응급의학과를 '버리는 카드'로 쓰려 한다. 배신감을 느낀다."

국회의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추진을 지켜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사를 '토사구팽"하고 최종치료 책임을 현장에 전가하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를 구분하지 않고, 병원이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것을 받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는 한 "응급의료 현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 용산회관에서 119 강제 수용 입법 저지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따라 발의된 관련 법 문제를 지적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응급의료기관 핫라인 의무 설치를 규정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수진 의원 발의)'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일에는 병원이 수용 불가 사유를 사전 고지하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김윤 의원)'이 발의됐다.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송과 수용 지연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장 생각은 다르다.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한 채 국민 여론을 수습하고 "구급대원의 민원을 해결"하고자 응급의학과에 "또다른 족쇄만 채우는 것"이라고 본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를 응급실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데 받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법으로 강제하면 '응급실 뺑뺑이'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면서 "환자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부터 전문적인 의료 행위다. 무조건 강제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소아횡경막탈장사건'이나 '대동맥박리사건', '대구 추락 환자 사망사건' 모두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를 구분하지 않고 "최종치료의 책임까지 응급의료진에게 지우려 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 응급실에 강제 수용하면 환자 피해는 물론이고 응급의료체계 붕괴도 피할 수 없다"면서 "'응급실 뺑뺑이'란 무엇인지 되묻고 개선해야 할 지점, 목표치부터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정부가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내가 아프고 내가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고 중증 환자 진료권을 보장하려면 이제 경증 환자 수요 억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증 환자가) 자발적으로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과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라. 응급의료에 대한 민형사 면책 조치를 마련하고, 최종치료 책임 전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안은 전문가가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무책임한 비전문가 정치권에 국민의 생명을 맡길 수 없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체를 즉각 구성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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