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곤란 고지 지침’ 실효성 한계 지적
"사전 허락 관행, 의료대란으로 고착"

국회입법조사처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지침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청년의사).
국회입법조사처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지침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청년의사).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한진옥 입법조사관은 8일 발행된 ‘이슈와 논점’에 게재한 ‘수용곤란 고지 지침 쟁점과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는 119구급대가 이송하는 환자를 응급실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재이송하는 상황으로 정의했다.

한 조사관은 지난 2022년 12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하지 못하도록 ‘응급의료법’을 개정했고,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표준지침(수용곤란 고지 지침)’을 지자체로 배포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조사관에 따르면 응급실 재이송은 지난 2023년 4,227건에서 2024년 5,657건으로 1년 만에 1,430건이 증가했다. 응급실을 찾아 119구급차를 타고 2시간 이상 길거리를 헤맨 응급환자는 하루 평균 17명에 달하고 병원을 찾느라 현장에 머무는 체류시간도 늘고 있다. 2024년은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정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다.

보고서는 수용곤란 고지 지침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119구급대가 병원 선정을 요청하면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시·도 응급의료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이송병원을 선정하도록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지난 7월 119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응급환자 이송병원을 우선 선정하도록 한 ‘119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조사관은 "119구급대가 병원 선정을 요청하면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시·도 응급의료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신속하게 이송병원을 선정하도록 한 수용곤란 고지 지침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119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119법에 따르면 구급상황센터는 119구급대에 응급처치를 지도하고 이송병원을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 이송병원 선정에 필요한 통합정보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환자별 소방청 구급활동일지, 국가응급진료정보망(National Emergency Department Information System, NEDIS),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데이터를 연결하기 위함이다.

현재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종합상황판(E-GEN)’을, 119구급대에서는 ‘구급활동일지’와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도구(Pre-KTAS)’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사용자 만족도와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응급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추가 개선방안으로는 ▲전문의 부재 ▲병상 부족 등 수용불가 원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본적인 원인 개선 없이는 응급실 재이송 문제 해결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같이 야간·휴일에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충·지원하고, 119구급상황센터를 통한 응급의료상담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여유 자원 확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 조사관은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의료체계 위기를 보여준다. 응급의료법에서 정한 ‘수용능력 확인’은 코로나19 시기 격리병상 여부 등을 유선으로 확인하는 ‘사전 허락’이라는 관행으로 변질돼 운영됐고 2024년 이후 의료대란 속에서 고착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제시된 수용곤란 고지 지침은 병상·인력 부족 등 근본적인 수용 불가 원인 개선이 없어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119구급대의) 이송병원 결정 권한을 명시하고 통합정보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 등 지침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