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복지부 상대 행정소송 상고 '포기'
"치료 불가능한데 환자 받으면 오히려 의료과오" 항변
法 "환자 기초진료 후 판단했어야…정당 사유 아냐"
지난 2023년 발생한 대구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사건으로 벌어진 행정소송이 대구가톨릭대병원 패소로 마무리됐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사건 당시 배후진료가 불가능했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병원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운영 재단인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이 병원 측 상고 포기로 패소가 확정됐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다)는 지난 5월 15일 대구가톨릭대병원 항소를 기각하고, 복지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원심(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 2023년 3월 19일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 A양이 마지막으로 이송된 응급의료센터다. A양은 지역 내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던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사건 당일 오후 3시 24분경 A양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119구급대에 '수용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응급의료센터장 B씨는 "신경외과 (진료가) 전혀 안 된다", "(처치 가능한) 의료진이 없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후 오후 4시 10분경 119구급대가 다시 A양 수용이 가능한지 유선 문의하자, B씨는 "신경외과 스태프들이 없다고 한다", "지금 (환자가 오면)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약 25분 뒤인 오후 4시 36분경 A양이 다른 병원 인계 도중 심정지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자, A양을 수용하기로 했다. A양은 오후 4시 59분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해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이날 오후 6시 27분경 사망했다.
같은 해 5월 복지부는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병원이 환자 수용 능력 확인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했다며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이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한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이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이같은 복지부 처분이 부당하다고 했다. 당시 외상성 뇌손상 의심 환자를 치료할 여건이 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다른 병원을 추천한 것을 두고 '응급의료 거부 또는 기피'라 할 순 없다고 했다. 그대로 환자를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의료과오'라고 했다.
A양이 외상성 뇌손상 환자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에 해당하지 않고", 반면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병원으로서는 해당 분야 전문의가 없어 "현실적인 치료가 불가능했으므로 다른 병원 이송 조치가 최선이었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A양을 수용했다면 "무리해서 응급환자를 수용했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이 돼 의료과오에 해당한다"면서 "설령 병원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法 "우선 환자 수용해 기초 진료는 했어야…처분 정당"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응급의료센터장 B씨가 기초적인 진료도 하지 않고 구급대 통보만 듣고 환자 상태와 진료 과목을 결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이 사건 1심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지난해 9월 26일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청구를 기각하면서 "응급환자인지 판단하는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센터장 B씨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를 직접 대면해 응급환자인지 판단하고, 전문적인 지식에 의한 상담과 진단 결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전원 조치했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씨는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없이 만연히 구급대원이 통보한 응급환자 상태만을 기초로 응급환자 여부와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했다"며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처분은 환자 사망과 관계없이 응급의료 필요성과 응급환자 해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점을 처분 사유로 한다"며 "당시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은 시설과 인력의 여력도 있었다. 단순히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처음부터 수용 자체를 거절한 것은 정당한 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불복해 병원이 항소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병원 측이 부담하게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이 기한 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판결이 확정됐다.
환자 처음 이송된 대구파티마병원도 '패소'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이어 소송에 나선 대구파티마병원도 지난 4월 24일 1심에서 패소했다. 마찬가지로 배후진료가 불가능해 수용이 어려웠다고 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사건 당일 A양이 추락 후 가장 먼저 이송된 지역응급의료센터다. 당시 A양은 의식이 있었고 간단한 대화도 가능했으므로 119구급대는 A양이 중증외상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구파티마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배후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 전원을 권했다. 환자가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119구급대가 다시 수용 가능 여부를 묻자, 정신과 진료·입원이 안 되므로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응급실 전공의가 환자를 대면해 병력 청취와 증상 문진, 수상 부위 확인 등 시진"을 했고, "외상 중증도는 높지 않으나 정신의학적 중증도가 높다고 판단"해 전원을 권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구파티마병원 역시 "만연히 구급대가 전달한 환자 상태와 사고 경위만을 기초로 응급 환자 여부와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병원 수용을 거절했다"면서 복지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6-2행정부(나)가 이 사건을 살피고 있다.
관련기사
- ‘대구 구급차 10대 사망사건’ 4개 기관 행정처분
- "최종치료 불가한데 '응급실 뺑뺑이' 치부…바보 같은 정부" 직격
- "배후 진료 불가? '정당 거부' 아냐"…대구 병원들, 잇따라 패소
- 응급환자 ‘우선수용원칙’ 법제화 추진에 학회 “응급실 의사들 떠난다”
- ‘진료거부 지침’ 참고한 경찰, 대구 응급醫‧구조사 검찰 송치
- 법원 “배후진료 안돼 응급환자 수용 거부? 일단 받고 판단해야”
- [기고] 100조원을 어떻게 쓰길래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할까
- 政 “응급실 뺑뺑이 아닌 ‘미수용’…구조적 문제 누적이 원인”
- 의료현장 남은 의사에게 돌아오는 ‘응급실 뺑뺑이’ 비난
- “환자 살리지 못한 게지 죽인 게 아냐” 사법 부담 호소하는 의사들
- 정상적 전원까지 ‘응급실 뺑뺑이’로 낙인…응급의학회 “안타까워”
- "환자 못 살린 내 탓" 자책하게 하는 무조건적 '응급실 뺑뺑이' 낙인
- 政, "80대 환자 ‘응급실 뺑뺑이’ 무관"…응급의학회 “안타까운 현실”
- "응급의료 위기는 종사자 부족 아닌 무지몽매 정책 탓"
- 응급의학회 “부산 심정지 환자 사망, ‘응급실 뺑뺑이’ 아냐”
- 수용 곤란 고지에도 ‘응급실 뺑뺑이’ 논란…醫 "안타깝다"
- '응급실 뺑뺑이' 논란 “전공의에 책임 지우면 해결되나”
- 병협 “응급의료정보 등록하고 있는데 또? 과도한 규제” 반대
- “119가 정하면 무조건 수용? 겨우 버티는데 책임 전가까지”
- “응급실 뺑뺑이, 최종치료 책임 분리 없인 못 막아”
- “응급의학과 의사 떠나는데”…경남도 소송비 ‘특혜’ 논란
- '제2 이대목동병원 사태'?…전공의 형사 기소 사례 돌아보니
- 法 "응급환자 수용 거부 행정처분 모두 취소"…계명대 '승소'
- 계명대 이어 경북대병원도…法 "복지부, 외상센터 시정명령 취소하라"
- 응급환자 '수용 거부' 처분 병원들, 법정 다툼 '계속'…1심 엇갈린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