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병원, 119 구급대에 의료진 부족 수용 불가 고지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응급의료전달체계 이어져야”
부산에서 응급실 의료진 부족으로 수용 거부된 심정지 환자가 전원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일자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수용 곤란 고지에도 응급실 뺑뺑이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에 60대 여성이 수영을 하던 중 호흡곤란과 통증으로 쓰러졌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A대학병원 응급실로 수용 문의를 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심정지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119 구급대는 A대학병원의 수용 거부 고지에도 심정지 환자를 A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고 결국 다른 병원으로 또 다시 전원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20분이 넘게 소요되면서 환자는 끝내 사망했다.
A대학병원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심폐소생술 할 때 동시에 3명이 필요한데 그 시간에 수술이 잡혀있고 외래 환자 진료를 보던 상황이라 의료진이 부족했다”며 “원내 발생한 심폐소생술이라면 누구든 처치하겠지만 (외부 환자 처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심정지 환자 수용 거부 원인이 의료진 부족으로 알려지면서 경영 부실 문제가 불거졌지만 A대학병원은 “사실과 다르다”며 “응급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 의료기관에 환자를 강제 이송할 경우 이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비일비재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급실 환자 수용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응급실 뺑뺑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심정지가 병원 밖에서 발생했을 경우 소생률을 약 5%로 본다. (의료진이) 환자를 더 일찍 봤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 거라는 추측으로 (의료진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너무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응급실 관련) 정책 방향으로는 이런 사건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용) 여건이 되지 않는 병원에 환자를 밀어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또 “모든 병원들이 환자 수용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여건이 되지 못하는 병원이 환자를 보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도 했다.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겠다며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마련에 나섰지만 그보다는 응급의료전달체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우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전달체계가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결국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병원 간 전원을 죄악시해서도 안 된다. 환자 수용 여부를 두고 병원이 논란의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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