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 교수 “과도한 사법적 부담 ‘응급의료시스템 붕괴’로”
박경석 전문의 “응급실 뺑뺑이 원인 배후 진료과 문제”
이경원 공보이사, 응급의학과 전임의 보조 수당 지원 요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류정민 교수는 과도한 사법적 부담이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류정민 교수는 과도한 사법적 부담이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과도한 사법적 부담이 응급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법적 판결로 ‘자부심’에 상처 입은 의사들이 응급실을 떠나고 있으며 전공의 지원율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조속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류정민 교수는 “최근 사법리스크가 굉장히 부각되면서 자부심을 상실하게 된 의료진이 탈출하고 지원 감소로 인력 부족이 더 심각해지면서 사법리스크는 더 올라가게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낙수의사나 사회적 불신이 부각되면서 자부심을 잃었다”면서 “이런 것들을 빨리 되돌려주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 구조는 얼마 안 돼 멸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진의 자부심과 전문성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전공의 1년차 시절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던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최근에는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과 관련해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실을 떠났다.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법부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교수는 “지금의 정책들은 의료진 자부심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을 거꾸로 보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몇 배 더 쏟아 부어도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 리스크 완화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 교수는 “환자를 살리지 못한 것은 죽인 게 아니다. 환자가 사망하는 과정 중에 의사가 최선을 다해 개입해 살릴 수 있었지만 막지 못한 것을 살인죄로 보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필수의료는 살릴 수 없다”고도 했다.

류 교수는 “(응급실) 의료진이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했을 때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고 한다면 보건 당국의 배상 책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반드시 환자 상태나 의료인 능력, 적절한 배치 여부 등이 고려돼야 한다. 의료인이 적절히 배치될 수 없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파악해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중증 응급환자 최종치료를 위한 배후 진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응급의학과 박경석 전문의는 “응급실 뺑뺑라는 용어는 굉장히 악의적이고 실체가 없는 말”이라며 “어떤 응급실 의사도 환자를 보기 싫어 수용하지 않는 경우는 결코 없다. 더욱이 응급실 의사가 부족해 (수용하지 않는다는) 그렇다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배후 진료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전문의는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크게 두 가지 치료법이 있다. 하나는 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영상의학과에서 하는 시술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안 되는 병원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병원에 환자를 데려다 놓는다고 환자가 치료되거나 살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문의는 “배후 진료 문제에 있어 정부가 강제로 환자를 못 받으면 처벌 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본인이 나서서 당직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 정도가 돼야 인력도 충분히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원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응급의학과 인력 양성을 위한 전임의 보조 수당 지원 요구도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전공의 뿐 아니라 전임의가 돼야 교수가 되고 대학병원에서 후속세대를 기를 수 있다. 전임의들에 대한 수련보조수당 등 최소한의 보상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보이사는 “정부에서 확실하게 이에 대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줬으면 좋겠다”며 “최소한의 응급의료 위기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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